충남 대표 당진의 경연작 '아비' 공연 모습.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배우 찰리 채플린이 말한 이 명언은 '아비'의 특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발단에서 대단원까지 주인공 가족이 겪는 현실은 비극적이지만 배우의 과장된 연기와 역설적 상황이 작품을 희극으로 만든다. 유산 상속을 위해 위독한 아버지에게 온갖 위선을 보이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서 관객은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달리 말해 작품 속 현실과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다른 데서 오는 아이러니가 '아비'의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하지만 작품은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함의를 담는다. 작품 속 현실이 희화화된 대상이 아니라 바로 실제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함을 더한다. 우스운 이야기가 진짜 일어나는 비극이라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창작자는 관객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상속 다툼에서 이혼 소송, 유언 관련 분쟁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난한 인간의 삶 자체가 희극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따라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명언은 '아비'에서 작품과 관객 간 관계와 내러티브 모두에 적용된다.
더불어 창작자는 결말을 통해 현대 가족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가족 간 소통 부재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데, 주인공 가족은 유언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오랜 시간 같이 살아왔고 끊임없이 대화했지만 가족은 전혀 교감을 이루지 못했던 터다. 독선으로 일관하는 아버지와 위선에 가득 찬 자식들 사이의 소통 부재가 가족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것이다. 결국 극중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에 자식들이 숙연해지는 결말은 소통이 사라진 가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꼬집은 장면에 해당한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1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경쾌하면서도 공감 가는 공연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김 모(22) 씨는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일품이었다"며 "공연 내내 웃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장인 함 모(44) 씨는 "웃기기도 하지만 우리의 슬픈 현실 이야기였다"며 "가끔 웃을지 울지 망설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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