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지속가능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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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지속가능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줘야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승인 2018-06-25 11:35
  • 신문게재 2018-06-26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동구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1급 발암물질 라돈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국민건강 안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제라도 모래, 시멘트와 같은 건축재료나 도시가스 등에 섞인 방사성 동위원소 농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살피는 일이 일기예보다. 오늘 비가 오는지 얼마나 더운지를 보기보다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심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미세먼지 수준이 외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흙먼지가 아니라 황산염, 질산염과 같은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반응해 생기거나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미세먼지는 주로 화학적인 경로를 통해 발생하므로 그 해법 역시 화학기술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이 전세계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했다. 서스테이너블은 '지속가능한'이라는 뜻으로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윤리적 혹은 도덕적 경영을 지향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에코(eco)'라는 개념도 서스테이너블의 일부다. 서스테이너블은 기업의 이윤을 줄여서라도 환경과 인권, 공정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의미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성장을 안겨주었지만 반대급부로 빈부격차와 환경파괴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기업, 지속가능한 소비 등의 개념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공감하기 힘들 때 현명한 소비자라면 고려해야 할 기준이 바로 '지속가능한'이다. 밥보다 많이 먹는 커피가 좋은 예다. 종전의 공정무역 커피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커피 재배 농민의 생활여건을 개선했지만 서스테이너블 커피는 여기에 수질, 토양, 생물다양성 보호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국내의 한 아웃도어 업체가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도전장을 냈다. 아웃도어 제품의 방수 및 발수 기능을 위해 사용하는 과불화화합물을 2020년부터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불화화합물은 탄소와 불소의 결합으로 생성되며, 방수 및 발수 기능이 탁월하지만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오염에 취약한 위해화학물질이다. 이 회사는 제품의 기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를 소비자에게 솔직히 알리고 친환경 발수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큰 박수를 보내며 더 많은 기업이 동참하면 좋겠다.

지구는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온 것이다. 그러므로 후손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지구를 물려주어야 하는 국민의식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이제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가격뿐만 아니라 기업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까지 주목하며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지속가능' 관점에서 보면 갈수록 착한 소비자의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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