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를 탐구하고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인문학이 시대의 화두로 각광받고 있다. 인간과 삶에 대한 무거운 주제의식을 탈피해 산문이나 시, 영화, 사진 등 친숙한 장르로 대중들의 관심과 흥미를 자아낸다.
박시현 시인의 신작 ‘표범과 다다이스트’(청어시인선155)는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하다. 이달 10일 출간된 시집 속에는 ‘궁금해해도 괜찮아’, ‘그 저녁 다시 오면’, ‘형’, ‘너’, ‘사람들’ 등 문장이 지닌 고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85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1988년생인 박시현 시인은 다다이즘(제1차 세계대전 중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문화 운동으로 본능이나 자발성, 불합리성을 강조하면서 기존 체계와 관습적인 예술에 반발한 것이 특징) 이론을 도입해 시를 창작했다. ‘아무 것도 뜻하지 않다’는 뜻의 허무의 다다(dada)를 통해 어느 세계에 속박되지 않는 상상력을 뿜어내고 있다.
7가지 유형으로 분류된 작품들은 군사 참모들이 작전 계획을 수립하듯 치밀한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독특한 형식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며 한국 시단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시인의 탄생을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시의 본질적인 전개 형태인 수사법 활용에서도 이제 갓 30대에 들어선 젊은 시인의 탁월한 재능을 엿볼 수 있다. ‘되도록 정성껏 웃어줄 수 있나요/복숭아에 새겨진 치열(齒列)처럼/환하게’(궁금해해도 괜찮아). ‘형 나는 시, 시, 시, 그 간결한 저주에 걸린 이후로 인생을 잃어가는 중이야’(형).
독자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결론 부분에 있어서도 치밀하게 공을 들였다. ‘곁은 나중이다/발화하며 물질이다/다른 말/비슷한 노력/종결’(그 저녁 다시 오면) ‘너는 다정하다 예쁘고 저질이다/이번 생의 콘셉트는 멈추는 것/사물이 된 후에 너는 비로소 움직인다/언제나 움직이고 언제나 그대로다’(너).
문학평론가 손정모는 서평을 통해 “작품을 읽는 내내 새로운 형상의 세계를 접하여 흐뭇했다”며 “한국문학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업적을 쌓았다고 여겨진다”고 밝혔다./봉원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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