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5일째 리뷰 '더블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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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연극제] 5일째 리뷰 '더블웨딩'

  • 승인 2018-06-21 18:06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더블웨딩 공연사진2
울산 대표 푸른가시의 창작극 '더블웨딩' 공연 모습.
울산 대표 푸른가시의 작품 '더블웨딩'은 가족이라는 사회제도의 이면을 예리하면서도 정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였다. 가족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창작자의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비록 제시된 화두를 정리하고 함의를 종합하는 데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탁월한 상황 설정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만한 작품이었다.

서사 전개 방식에서 '더블웨딩'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일종의 장르적 문제의식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리얼리티는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작품은 관객을 위해 친절하게 등장인물을 소개해주거나 전사(前史)를 말해주지 않는다. 발단 전부터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관객은 갑자기 들어가게 된다. 맥락을 알 수 없는 사연이 갑자기 등장하고, 알 수 없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불리는 상황은 관객에게 집중을 요구한다. 인물구도와 이야기의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관객은 현재 벌어지는 사건의 의미를 파악해 나가게 된다.

극중 어머니가 치매라는 설정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근본적 질문을 하기 위한 탁월한 장치로 작용한다. 어머니의 정신 상태에 따라 주인공 가족은 집안 어른의 부재와 현존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큰아들 기철과 둘째 아들 상철은 어머니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가를 팔아 자기 잇속을 챙기려 하지만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어머니의 정신이 정상일 때는 한 가족처럼, 어머니가 혼미해졌을 때는 남남처럼 행동하는 기철과 상철. 창작자는 두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어디까지가 언제까지가 가족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기철과 상철은 이기심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인륜의 외피를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관객은 필연적으로 선한 인물인 막내딸 현자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데, 선한 현자와 대비함으로써 기철·상철의 위선이 더 선명하게 부각된다. 하지만 작품은 기철과 상철을 반동인물로 다루지 않고 이들에 너그러운 시선을 보낸다. 잇속을 챙기는 와중에도 입양된 동생 현자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오빠들의 모습에서 복잡다기한 인간 본성이 표현되기도 한다.



결말 전까지 이어지는 날카로운 시각과 문제제기는 유의미한 결말로 완결되지 못한다. 문제의 핵심이 담긴 등장인물 간 갈등은 갑작스레 봉합되고 만다. '더블웨딩'이 암시하는 결말은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서사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게도 작품에서 옥의 티로 남는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1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정감이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학생 최 모(15) 군은 "연극을 보면서 부모님을 생각했다"며 "효도에 서툴렀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장인 임 모(38) 씨는 "치매라는 익숙한 소재가 신파로 흐르지 않아 좋았다"며 "심각하지 않고 훈훈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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