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토크콘서트에서 배우 윤문식 씨(왼쪽)와 사회자 성장순 씨(오른쪽). |
중앙대 연영과를 졸업한 윤 씨는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서두로 꺼냈다. 연영과에 입학 원서를 내러 갔더니 워낙 선남선녀가 모여 있어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한다. 윤 씨는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긴 줄 끝에 나랑 비슷하게 생긴 애 둘이 있었다"며 "그 둘을 보고 나라고 못 할 게 뭐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 당당하게 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정체는 바로 배우 최주봉 씨와 박인환 씨. 윤 씨와 최 씨, 박 씨는 '못난이 3인방'으로 불리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윤 씨는 "신기하게도 우리 셋 다 중앙대에 합격했다"며 "60명의 졸업 동기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연기자가 우리 셋뿐"이라고 밝혔다.
연극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사연도 이어졌다. 윤 씨는 작년 8월에 제천 공연을 앞두고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공연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윤 씨는 "의사한테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1년 살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며 "그 때 생각이 '그럼 8월 연극은 할 수 있겠다'였다"고 말했다. 객석에선 환호성이 나왔고 몇몇 관객은 웃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윤 씨는 "제천 공연 후 폐암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지금은 건강한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기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윤 씨는 "연극을 웬수로 생각한다"고 자신의 연기론을 소개했다. 어렵지만 애정이 가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윤 씨는 "옛날에 정말 죽을 둥 살 둥 연기를 했다"며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연기를 안 하면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윤 씨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고 의욕에 넘치던 시절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당극패 우금치의 배우 성장순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한 편의 마당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콘서트 말미에 사회자가 마당극 한토막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자 윤 씨가 흔쾌히 응한 것. 갑작스레 벌어진 흥겨운 무대에 관객들은 어깨춤으로 화답했다. 사회자 성장순 씨는 "선생님의 걸쭉하신 입담은 여전히 일품"이라며 "대선배를 모시고 오늘 진행을 맡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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