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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그릇 하나가 책 표지를 채웠다. 무심하게 넘길 수도 있는 수수함이지만 자꾸 눈길이 간다. 책 <안목의 성장> 속에 담긴 이야기의 결을, 이 그릇은 넉넉히 짐작하게 한다.
저자 이내옥은 국립박물관에서 34년간 근무하면서 진주·청주·부여·대구·춘천의 국립박물관장과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을 지냈다. 전국의 박물관에서 일한 큐레이터이자 『공재 윤두서』, 『백제미의 발견』 등 한국미술 연구서를 펴내고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선 『사찰꽃살문』을 기획하기도 했다.
저자는 안목을 전문가에게만 있는 것, 풍요로운 환경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유물만이 아닌 사물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으로 모든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 소박한 백자반합과 숭고한 반가사유상에서부터 뜰에 핀 꽃과 마당의 버드나무, 계절이 지나가는 풍경과 역사를 담은 유적지 등을 바라보고, 좋은 사람과 만나고 일상을 보살피는 동안 '자라나는' 것을 안목이라고 본다.
큐레이터로 반평생을 보낸 전문가로서 들려주는 이야기와 때로 고통과 부조리의 일상을 보낸 보통 사람의 삶이 교차한다. 모두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다. 안목이란 좋은 물건을 고를 때는 물론이고, 삶을 꾸리며 세상과 만나는 그 모든 일에 쓰인다는 사실을 서서히 알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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