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소통을 통한 구원과 성장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소통을 통한 구원과 성장

- 영화 <여중생 A>

  • 승인 2018-06-21 10:54
  • 신문게재 2018-06-22 9면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movie_image[3]
이 영화는 슬픕니다. 중학생들의 세계가 어른들이 사는 세상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비정한 약육강식과 소외가 그 안에 있습니다. 허위와 속임수도 존재합니다. 더 아픈 것은 그들의 생태가 어른들의 욕망과 모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겁니다. 강자처럼 보이는 백합이도, 약자인 미래도 불행하기는 한 가지입니다.

영화는 취미가 게임이고, 특기가 글쓰기인 소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게임 속에서 그녀는 남자 캐릭터입니다. 이름은 다크. 영웅이 되어 악당과 싸웁니다. 그런데 그 세계는 불안합니다. 현실이 종종 게임을 종료시킵니다.

미래는 소설을 씁니다. A라는 소녀가 나옵니다. 타자화된 자신이면서 불특정의 평범한 인물입니다. A는 여우와 만나 자기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패러디입니다. 상황은 죽음에 이르는 것인데 그러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구원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게임 속 다크보다는 현실에 가깝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현실 속 그녀는 암담합니다. 가난한 집, 술 마시면 괴물이 되는 아빠, 친구들로부터 괴롭힘 당하는 학교생활. 좋아하는 남학생마저 친구로 여긴 백합이와 사귀게 됩니다. 게다가 자신이 쓴 소설을 백합이가 베꼈음에도 도리어 죄인 취급 받습니다. 그녀는 학교도 안 나가고, 죽기로 결정합니다.



영화는 슬프면서 또한 아름답습니다. 슬픔을 슬픔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어두운 길거리 한켠에 미래와 게임 친구 재희가 있습니다. 미래가 재희에게 자신이 쓴 대본대로 말하라고 시킵니다. 순간 불이 환하게 켜지고, 사람들은 멈춰섭니다. 꼭꼭 감춰둔 마음 속 말들이 흘러나옵니다.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 장면 같습니다. 주역 가수들이 아리아를 부를 때 조명은 그들만을 비추고, 조역들은 무대 구석에 멈춰 서 있습니다. 영화 속 그들은 노래하지 않고 말을 한다는 게 다르긴 하지만요.

영화는 소통을 통한 구원과 성장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과의 대화도 포함합니다. 슬프고 고통스런 현실, 그리고 그것의 연속이며 반영인 게임과 이야기에서 나와 그녀는 서서히 변해갑니다. 여중생 A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직면하며 성장해 갈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2018060801000609600026021[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