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의 세상만사]나의 선거 이야기

  • 오피니언
  • 기자수첩

[임효인의 세상만사]나의 선거 이야기

  • 승인 2018-06-19 17:53
  • 신문게재 2018-06-20 2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대통령선거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한 선거캠프에 갔다. 대전역 앞에 있는 좁고 허름한 건물이었다. 창문 사이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와 난로를 떼고 중앙시장에서 산 털실내화를 신어도 추웠던 곳. 그곳에서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그분을 만났다. 과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몸을 바쳤던 후보는 선량하고 잘생긴 얼굴만큼이나 심성도 훌륭했다. 자신의 삶을 몇 마디로 설명하고 이번 선거를 도와줄 수 있겠냐는 물음에 나는 흔쾌히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돌이켜 떠올려도 참 추웠던 겨울이지만 마음은 어느 시절보다 따뜻했다. 나는 그곳에서 회계책임자라는 중책을 맡아 후원금 영수증을 발행하고 청소부터 보도자료 발송까지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했다. 회계에 히읗 자도 몰랐지만 선관위서 발행한 매뉴얼만 공부해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돈이 없었던 우리 캠프는 나를 비롯해 선거사무소를 차리는 데 꼭 필요한 인원만 있었던 작은 곳이었다. 우리는 하루 일정이 끝나면 중앙시장 한켠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오늘 어디에 갔는데 반응이 어땠고 상대 후보들에 대해선 이런저런 기사가 났다는 게 그날의 주제였다. 각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른 아침 출근길 인사를 마치고 온 후보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줄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다.

후보의 착하고 강직한 심성에 반한 나는 곧 지지자가 됐다. 그 지역구에 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후보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후보 역시 하루종일 인사를 다니고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보는 일단 컷오프는 통과했지만 당의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후보의 선거가 끝이 났다. 선거사무소는 조용히 정리됐고 50여일간 함께한 이들은 각자가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낙심한 후보에게 안타까움을 담아 위로를 전하고 나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갔다. 충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팽팽한 고무줄이 끊어진 것처럼 허탈하고 무기력했다. 원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돌이켜 보면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여럿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의 열정, 존경과 애정을 담아 누군가에게 충심을 바칠 때의 기분, 무엇보다 '식구'로 표현되는 우리의 화합 그리고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열망. 비록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곳을 향해 질주하던 기억은 언제 꺼내 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주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과정을 지켜보며 지난 시간이 많이 떠올랐다. 결과를 떠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당선자와 그를 위해 함께 뛴 이들에겐 지난 선거운동 기간의 감정을 잊지 말고 꼭 유권자의 뜻을 펼치라고. 낙선자와 그의 동지들에겐 그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고, 약간의 휴식 후 또 다시 새 출발선에 서기를 바란다고. 또 다시 시작이다. 모두를 열렬히 응원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