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2일째 리뷰 '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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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연극제] 2일째 리뷰 '회연'

  • 승인 2018-06-18 11:07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회연 (7)
충북대표 늘품의 창작극 '회연'의 공연 모습.
충북 대표 늘품의 작품 '회연'은 격동의 근대기를 배경으로 한 애틋한 민중의 이야기였다. 비극적 역사의 흐름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민중의 아픔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이야기의 규모에서 큰 스케일을 자랑하면서도 주연에서 단역까지 연기의 디테일이 빛났던 무대였다.

이야기는 노인이 된 충석과 설령이 각자 중국 정암촌과 청주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상의 내용에 따라 사건이 분절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극의 흐름은 그리움, 후회, 연민과 같은 두 주인공의 정서 변화를 따르고 있다. 서사의 측면에서도 두 주인공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야기 축이 충석이 있는 정암촌과 설령이 있는 청주로 이원화돼 있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이들은 시종 두 이야기를 연결 짓는다. 사랑의 매개물로써 설령이 충석에게 선물한 손수건이 그 연결고리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회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으로 당연히 극의 시대적 배경도 역사성을 띤다. 등장인물을 통해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민중들의 애환을 곡진하게 표현한다.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저마다의 캐릭터와 사연을 갖고 시대의 아픔을 풀어낸다. 30여 명에 달하는 출연진은 작품의 스케일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징용에 끌려간 재만, 일제에 아들을 잃은 어르신 등은 거시사가 담지 못한 바로 우리 민중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에서 동족상잔의 비극, 분단현실에 이르기까지 민중의 아픔을 드러내는 방법에서 회연의 창작자는 흥미롭게도 아리랑이 지닌 감정의 모순성과 복합성을 택한다. 위기가 절정에 달한 순간에 충석이 아리랑을 부르며 곡괭이질을 하는 장면은 당시에 민중이 느낀 신명,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동시에 말해준다. 아리랑의 등장은 우리 민중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한국 문학의 전통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



아리랑의 선율이 구슬프면서도 흥겹듯 극의 결말 또한 다의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제목 회연은 두 사람의 재회를 뜻하면서도 동그라미처럼 끝나지 않은 충석과 설령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이는 허구적인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같은 생활양식을 이어가는 정암촌과 청주의 유대감과 연결된다. 실제 청주에 돌아온 정암촌 동포들이 담긴 영상에는 고향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이 여실히 나타나 있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15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볼거리가 풍부하면서도 감동적인 공연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심 모(27) 씨은 "지역적 특수성을 띠기도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다"며 "종반부에 가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부 정 모(33) 씨는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것 같았다"며 "긴 시대배경만큼 큰 규모의 세트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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