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경우 예술작품의 전시와 기타 예술 행사를 기반으로 작가와 관객, 그리고 지역의 주민들에게 시민적 정체성에 관해 생각하게 함으로써, 넓은 의미에서 예술의 치유적 기능을 수용해야 하고, 일반 대중들의 정서적 욕구에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민들이 사회 환경에 대한 정서적 인식과 자신의 시민적 정체성을 연결시킬 수 있는 활기찬 상상력의 제공지가 되어야만 한다. 한국 사회에서 명절이 상징하는 것은 헤어져 있던 가족의 화합과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여전히 삶의 구체성을 실현하는 주인공들이라는 의미와 관련이 있다. 마찬가지로 미술관과 여타 예술기관들의 역할은 단순히 자본을 소비하는 행사의 개최가 아니라,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징들을 생산하는 센터가 되어야만 한다. 즉, 생산된 상징들이 의미의 다양한 가능성들로 확장되고 종합되는 삶의 새로운 '분위기'(aura)들의 상상적 장소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 시대에 문화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사라지고, 빅데이터의 근원지이자 집단지성을 상징하는 인터넷은 콘텐츠 생산의 원형(prototype)일 뿐만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소비가 곧 생산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가치들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21세기에는 예술적 상상력의 '넓이'가 우리 삶의 문화적 진보성을 결정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의미의 차이들은 우리 삶과 삶의 상징들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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