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초청작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 공연 모습. |
원작의 이야기에 대한 해석에선 가장 표준적인 방식을 따랐다. 작품은 서사를 파괴하거나 인물과 사건에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진 않았다. 원작자 루이스 캐롤의 생애에서 알 수 있듯 동심의 순수성과 환상적 세계관, 그리고 세속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통찰 등이 적절하게 표현돼 있다.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표현하는 상징을 어렵지 않게 추론해낼 수 있다.
하지만 무대연출에 대해서는 세심히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영상과 음향의 역할이다. 원작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 앨리스의 의식을 영상과 음향으로 표현해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배우의 몸짓과 표정 보다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주인공의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관객이 내면을 체험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극중 지속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맞닥뜨리면서 느끼게 되는 놀람, 호기심, 불안, 두려움 등을 관객들은 분위기로 체감하게 된다.
영상과 음향은 또 다른 역할은 미니멀리즘의 구현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목소리와 영상 속 이미지로 처리함으로써 작품의 구성요소가 단순해졌다. 공연 중 출연하는 등장인물은 실질적으로 앨리스 단 한 명이다. 따라서 러닝타임 내내 대화가 존재하지 않고 그만큼 배우의 연기는 과장되기 보단 절제돼 있다.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유일한 주인공 앨리스 모습. |
이처럼 단순화된 무대연출은 상징으로 가득 찬 이야기 구조와 맥을 같이 한다. 장황하게 표현하는 대신 상징들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제목에는 관객의 능동적 해석을 요구하는 창작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2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의외로 어렵지 않고 재밌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생 박 모(19) 군은 "스페인 연극은 어떨까 해서 오게 됐다"며 "중간에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있는 흥미로운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대생 유 모(23) 씨는 "괴팍할 정도로 실험적인 작품일 줄 알았는데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다"며 "낯설면서도 익숙한 요소를 적절하게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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