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1일째 리뷰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

  • 문화
  • 공연/전시

[대한민국연극제] 1일째 리뷰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승인 2018-06-17 09:04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공연사진5
해외초청작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 공연 모습.
16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스페인팀이 선보인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원작의 아이콘을 현대적 상징으로 치환해 연출한 작품이었다. 원작을 비틀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단순화된 무대연출에 공을 들였다. 출연자 수, 연기, 소품, 의상 등이 심플하게 표현돼 모든 것이 상징으로 처리된 듯한 인상을 줬다.

원작의 이야기에 대한 해석에선 가장 표준적인 방식을 따랐다. 작품은 서사를 파괴하거나 인물과 사건에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진 않았다. 원작자 루이스 캐롤의 생애에서 알 수 있듯 동심의 순수성과 환상적 세계관, 그리고 세속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통찰 등이 적절하게 표현돼 있다.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표현하는 상징을 어렵지 않게 추론해낼 수 있다.

하지만 무대연출에 대해서는 세심히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영상과 음향의 역할이다. 원작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 앨리스의 의식을 영상과 음향으로 표현해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배우의 몸짓과 표정 보다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주인공의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관객이 내면을 체험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극중 지속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맞닥뜨리면서 느끼게 되는 놀람, 호기심, 불안, 두려움 등을 관객들은 분위기로 체감하게 된다.

영상과 음향은 또 다른 역할은 미니멀리즘의 구현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목소리와 영상 속 이미지로 처리함으로써 작품의 구성요소가 단순해졌다. 공연 중 출연하는 등장인물은 실질적으로 앨리스 단 한 명이다. 따라서 러닝타임 내내 대화가 존재하지 않고 그만큼 배우의 연기는 과장되기 보단 절제돼 있다.



공연사진1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유일한 주인공 앨리스 모습.
미니멀리즘은 의상과 소품에서도 나타난다. 주인공의 의상은 흰색이고 소품 또한 흰색 혹은 검정색으로 모두 무채색이다. 소품의 모양 또한 단순한데 등지느러미만 표현된 물고기라든가 두 귀만 표현된 토끼 가면 등은 구상을 넘어 추상의 느낌을 줬다.

이처럼 단순화된 무대연출은 상징으로 가득 찬 이야기 구조와 맥을 같이 한다. 장황하게 표현하는 대신 상징들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제목에는 관객의 능동적 해석을 요구하는 창작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2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의외로 어렵지 않고 재밌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생 박 모(19) 군은 "스페인 연극은 어떨까 해서 오게 됐다"며 "중간에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있는 흥미로운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대생 유 모(23) 씨는 "괴팍할 정도로 실험적인 작품일 줄 알았는데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다"며 "낯설면서도 익숙한 요소를 적절하게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