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사진을 찍는 원로배우들 모습. |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한민국연극제가 15일 대전시립미술관 앞 분수무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관객 1500여명이 모인 이날 개막식에는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 조승래 의원, 연극제 홍보대사 이순재·박해미 씨, 원로배우 50명, 내빈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오후 7시부터 대전시립미술관 앞 잔디밭에는 관객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각종 조형물이 놓인 잔디밭에 자리 잡은 관객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본 공연은 '하늘의 알림'이라는 무대로 시작됐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정화수 앞에서 기도하며 연극제의 시작을 고하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왔다. 비탈에 올라가 배우들이 불을 받았고 무대에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놀이패들은 장구를 치며 환희의 춤사위를 펼쳤다. 바닥에 심어진 불이 씨앗처럼 무대 곳곳으로 번져나가며 밤 풍경을 수놓았다.
이어 열린 공연 '꿈'은 연극을 지망하는 청년들의 애환과 예술혼을 담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비트 있는 현대음악과 판소리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무대가 연출됐다. 취업난 속에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꿈꾸는 청년들의 몸짓에 몇몇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본 공연 연출을 맡은 류기형 예술감독은 "물질적 풍요를 꿈꾸지 않고 예술에 열정을 바치는 청년들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연극제의 홍보대사 배우 이순재 씨와 박해미 씨가 무대에 섰다. 두 배우는 모두 대전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박해미 씨는 "저 대전 출신인 것 아시죠?"라고 인사하며 "대전 대흥초와 대전여중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순재 씨는 "2년 동안 대전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연극을 만들었다"며 "제 연기 인생의 시작이 대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가 연극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묻자 이 씨는 "연극에 천재는 없다"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기자가 큰 성취를 이룬다"고 의견을 밝혔다.
원로 연극배우 단체 사진촬영 순서도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여 명의 원로배우가 함께 사진을 찍고 연못에 유등을 띄웠다. 준비위 측에 따르면 각 지역에서 50명이 넘는 원로배우가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 연극제가 최초다. 이순재 씨는 "이렇게 성공한 원로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본 공연에 앞서 대전예술의전당 앞 광장에선 다채로운 '개막길놀이'가 열렸다. 대전대·대덕대 학생 50명과 문민규 퍼커션스는 깃발을 들고 젬베와 퍼커션을 연주하며 행진을 벌였다. 인형극단 예술무대 산에서는 넌버벌 거리인형극 '선녀와 나무꾼'을 선보였다. 배우들의 익살스럽고 경쾌한 연기에 100여명의 관객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준비한 '전통연희길놀이'는 경기지방의 웃다리 농악을 연주해 개막식의 흥취를 돋웠다.
개막공연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대전예고 연기예술과 이 모(18) 양은 "오늘 개막공연에서 원로배우 선생님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한 층 가다듬게 됐다"고 말했다. 문지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하이든 씨(37)는 "우연히 들렀는데 참 예쁜(pretty) 무대였다"며 "앞으로 이어질 공연들도 꼭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효인·한윤창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