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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사리 가방>은 김성라 작가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그리고 쓴 슬로 라이프 만화 에세이다. 서울에선 봄 인줄도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가는 4월이지만 제주에선 연둣빛 봄바람이 불고 연분홍 산벚나무 꽃잎이 어깨에 내려앉는다. 엄마를 따라 들어간 숲에는 불투명한 삶 대신 고사리 같은 자연의 선물이 가득하다. 고사리, 두릅, 제피, 달래. 봄나물 밥상으로 식욕을 채우고, 선선한 마룻바닥에 노곤한 몸을 대고 꿀잠을 자고 나면, 다시 단순한 일상이 이어진다. 그렇게 '내일 조금 더 즐거워'진다.
부지런하라고, 앞서가라고 말하는 세상이지만 엄마는 "너무 확확 걷지 말앙. 발 조꼬띠도 잘 살펴야지"라고 말해준다. 잠시 멈춰 내 발이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밟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책을 덮으면 고사리를 캐는 것 같은 일상의 쉼표를, 인생의 가방에 채워보고 싶어질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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