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앙동 헌책방 거리 살아남기 위한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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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앙동 헌책방 거리 살아남기 위한 날갯짓

  • 승인 2018-06-09 16:35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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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중앙동 중앙시장에 자리한 헌책방 내부 모습.
장기 불황에 빠진 대전 동구 중앙동의 헌책방들이 부활의 기지개를 켠다. 인근에 대형 중고서점이 들어서면서 여건이 어려워진 헌책방들은 차별화된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다. 다른 서점에 없는 무언가로 이용객들을 다시 모으겠다는 게 이 책방들의 복안이다.

중앙시장 내부 건물 지하에 자리한 한 헌책방은 헌책뿐만 아니라 고풍스런 골동품들이 수십 점 진열돼 있다. 오래된 오디오나 첼로, 시계 등 중년들의 추억을 자극할 만한 소품들이다.

책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여느 헌책방과 달리 이용객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이 책방의 주인 조방현(60) 씨는 "문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서점을 꿈꾼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3평 남짓의 조그만 헌책방을 운영하던 조 씨는 작년 12월 지금의 지하 50평 규모의 공간으로 매장을 옮겼다.

책을 꺼내 볼 수도 없을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는 헌책방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아직 시작 단계라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다"면서도 "고풍스런 문화적 분위기를 만끽하러 오는 중년 이용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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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을 겸하고 있는 중앙시장의 한 헌책방 모습.
근처의 다른 헌책방은 온라인 방식을 도입해 판매고를 올린다. 익명을 요구한 이 책방의 이 모(58) 주인은 "몇 년 전부터 수익성이 너무 악화돼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씨의 오프라인 책방은 규모도 작고 권종도 적지만 온라인 책방은 각종 희귀 도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씨는 "주로 고물상이나 가정집에서 책을 선별해 오고 있다"면서 "일반 대형 중고서점에서는 사기 어려운 희귀도서나 절판도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의 책방은 지금까지 적정 수준의 흑자를 내고 있다.

현재 중앙동에 자리한 헌책방은 모두 6개다. 최근 3년 사이에 3곳의 헌책방이 추가로 사라졌을 만큼 헌책방의 불황은 심각하다. 이에 헌책방의 주인들은 다른 서점과 차별화된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헌책방 주인 조방현 씨는 "중앙동 헌책방 거리 일대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며 "비단 헌책방뿐만 아니라 LP상점이나 골동품 가게 등이 모여 방문객들이 문화적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헌책방 거리를 보존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부터 중구에서 나서서 환경을 정비하고 헌책방 거리의 특색을 잡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전의 경우는 헌책방 거리를 살리려는 자치구의 노력이 전무하다.

대전 지역의 한 문화계 원로는 "중앙동 헌책방 거리는 대전의 현대 문화사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아름다운 유산"이라며 "정부에서 이 거리를 살리고 가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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