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성벽의 작은 돌과 같은 작은 행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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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성벽의 작은 돌과 같은 작은 행복찾기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6-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라병영
강진 전라병영성 모습
전통가옥인 한옥을 지을 때, 우리 선조들은 터를 잡고 주춧돌을 놓은 후 주춧돌에 기둥을 세운 다음 오로지 나무와 기와만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나무를 이을 때도 못과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의 틈새를 요철과 같이 파서 맞추고, 혹 필요한 경우 나무로 만든 나무못인 목정으로 이음새를 메웠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어진 한옥은 수백 년이 지나도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니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나무가 비에 젖어 조금은 틀어질 수도 있으나, 그 틀어진 것으로 인해 건물이 틀어지거나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 또한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한옥 지붕의 처마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 있는 것도 혹시나 기둥이나 나무가 비에 젖었을 경우 햇볕이 들도록 해서 자연적으로 마르게 하였으니 과학적으로나 친환경적으로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옥이 가지고 있는 놀라움은 물론이고 선조들이 돌로 담을 쌓거나 특히 성곽을 쌓을 때 사용한 기법 역시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거대한 돌담이나 성벽을 보면 큰 돌을 쌓아 올린 것으로 돌과 돌 사이 빈 공간을 작은 돌을 끼워 넣어서 돌담이나 성벽이 견고하게 수백 년을 버티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지난 주말 우리 대학교의 박물관이 매년 두 차례 실시하는 문화유산탐방을 강진으로 다녀왔습니다. 당일 일정으로 강진을 다녀오기에는 조금 벅찬 일정이라 아침 일찍 학교를 출발하여 첫 번째 방문한 곳이 강진에 있는 '전라병영성'이었습니다. 전라병영성은 본래 남해에 자주 출몰하던 왜구를 막기 위해 축조된 성입니다. 성의 축조방법은 안쪽과 바깥쪽 모두 성돌로 쌓는 협축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성벽은 오로지 돌로만 축조된 것으로 주로 일정한 크기의 큰 돌을 주로 하고 돌과 돌 사이의 공간을 절묘하게 작은 돌을 끼워 넣은 형태의 모습입니다.

전라병영성은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훼손된 것을 최근 다시 복원하고 있습니다. 강진 기행의 첫 번째 장소인 전라병영성을 돌아보다가 문득 성벽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 성벽을 보면서 이 성벽의 큰 돌들 틈새에 끼워져 있는 작은 돌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만약 성벽을 큰 돌만으로 축성했다고 한다면 아마도 틈새는 더 벌어질 것이고 어느 순간 성벽 전체의 균형이 깨져서 결국 성벽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틈새에 끼워진 작은 돌을 성벽을 쌓는 석공은 큰 돌보다도 더 신경을 써서 틈새의 모양을 다듬고 거기에 끼워 넣으려고 무진 애를 썼을 것입니다. 이 작은 돌은 성벽에서 차지하는 큰 돌의 역할보다는 외형적으로 작지만, 아마도 이 작은 돌이 큰 돌보다 더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이고, 그 작은 돌을 끼워 넣은 석공의 의지와 노력은 정말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크고 또한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라병영성1
강진 전라병영성 성벽 모습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 생활에도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나 큰 것에만 집착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크고 누구나의 눈에나 보이는 행복은 아마도 누구나 갖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주 작고 보이지도 않는 정말 작은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우리는 그냥 무시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고 잘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행복은 어쩌면 눈에 보이는 큰 행복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고, 이런 '소확행'들이 모여져서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소확행'에 대한 이야기를 썼을 때, 많은 독자 분들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소확행'의 의미를 그냥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았노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은 그 '소확행'의 중요성을 다시 새기는 기회가 되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아울러 새삼 우리 생활 속에 있는 '소확행'을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할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이런 '소확행'이 바로 우리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치 성벽의 큰 돌 틈새에 놓여 있는 작은 돌은 바로 큰 성벽을 유지하고 지탱해 주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큰 돌들의 사이에서 큰 돌의 틈새를 지키고 메우고 있는 작은 돌의 위력은 아마도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고, 어느 부분 작은 돌의 균형이 깨어져 성벽이 무너질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돌은 틈새의 모양과도 맞아야 하고 큰 돌들 사이의 균형도 맞아야 하고 또 큰 돌들의 힘을 유지하고 지탱해 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이들 사이를 시멘트를 바르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콘크리트나 철근을 사용해서 성벽을 쌓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시멘트를 바르지도 않았고, 철근을 사용하지도 않고 다만 큰 돌을 쌓고 그 사이를 작은 돌을 끼워 넣어 아주 탄탄하고 견고한 성벽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우리 선조들이 쌓은 탄탄하고 견고한 성벽처럼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작고 보이지 않는 작은 행복들이 쌓여서, 그리고 우리가 원하고 추구하고 달성하려고 하는 행복들 사이에서 이들의 균형을 맞추고 힘을 지탱하는 작은 행복들이 우리가 쌓고자 하는 행복이라는 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학교에 출근해서 만드는 커피의 진한 향을 맡을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그리고 그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아직도 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고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바로 이런 작은 행복들이 지금의 행복을 유지하고 지탱해 주는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이와 같이 아직까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작은 행복이 바로 삶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매번 어김없이 다가오는 주말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즐기는 것도 내게는 작은 행복입니다.

이번 주말, 작은 행복과 함께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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