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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끼리 죽고 죽이는 거지 우리와는 아무 상관 없어.」
피타고라스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틀렸어. 우리 두 종의 운명은 긴밀히 연결돼 있어. 우리 고양이들은 인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지금 인간들이 예전의 공룡들처럼 정말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니까.」
「난 인간 없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장편소설 '고양이' 속 한 부분이다. 이 섬뜩한 대화에서 인간과 고양이의 위치를 바꾸면 어떨까. 아무 문제없다고 느낄 사람이 많을 거라는 건 인간에 대한 오해일까.
이야기는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시각에서 펼쳐진다. 파리에서 집사와 살고 있는 바스테트는 어느 날 옆집에 사는 천재 샴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다. 한때 실험동물이었던 피타고라스는 머리에 USB 단자가 꽂혀 있다. 그 덕에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갖추게 된 그에게서 인류와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며 두 고양이가 점차 가까워지는 사이, 파리 시내는 테러가 빈발하는 불안한 상황이 되고 결국 내전이 일어난다. 내전으로 황폐화된 도시에는 페스트가 창궐하고 사람들은 사나운 쥐 떼들을 피해 도시를 떠난다. 쥐 떼에 점령당한 도시에서 도망친 고양이들은 불로뉴 숲에 모여, 군대를 만들고 뺏긴 도시를 탈환하기로 한다.
이전 작품 '개미'에서 그랬듯 베르베르는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다른 존재의 시각으로, 인간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고민한다. 그가 이 지구상의 생물종들과의 대화가 필요함을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시각을 빌어 말하는 건, 인간이 지극히 자기중심적으로 타 생물들을 바라보기 때문일 수 있겠다. 책 속 고양이들은 생존을 위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함을 알고, 소통하려 한다. 인간이 전쟁과 테러 등 자기 파괴적인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이 여기에 있음을, 베르베르식 유머와 상상력으로 펼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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