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성, 12x12㎝, 돌에 새김, 2018. |
우뚝 선 亭 樓閣은
늠름한 氣風이요.
이어 쌓은 城廓은
선조의 魂이라네.
五代王 六十四年
太平聖代 歌舞소리
아련히 들리는 듯
솔바람에 묻어오네
빼어난 自然景觀
熊津 百濟 공산성
여기 우리 세계유산
千萬歲 保存하세
우공 이일권 |
"백제권 유네스코 8경을 소재로 한 작업, 쉽지 않았지만 해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지난달 백제권 '유네스코 8처(處) 8시(詩)'를 완성한 이일권(56) 작가가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서예와 전각, 시 창작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작가는 최근 새로운 작품을 완성하고 공개했다. 서른살 첫 개인전을 열며 예순까지 개인전 10회 개최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어느새 아홉 번째 개인전을 마친 이 작가는 고지를 앞에 두고 다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아홉 번째 개인전 '공산성 14처 14시'전을 마치고 새 작업 소재를 물색하던 작가는 백제문화권에 자리한 유네스코 유산 중 8경을 선정해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작가는 "10번째 전시 타이틀을 고민하다 유네스코 작품을 큰 타이틀로 걸고 가겠다고 결심했다"며 "작년 12월부터 현장에 가서 사진 찍고 정보를 모으며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8경은 작가의 고향인 공주를 중심으로 인근 부여, 전북 익산까지 뻗어나간다.(고분군·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정림사지·능산리 고분군·나성·왕궁리 유적·미륵사지) 이 같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같은 곳을 10번 이상 방문하는 공을 들였다.
작업은 6개월여간 이어졌다. 가로세로 12㎝의 전각돌(납석)에 조각칼로 백제권 유네스코 8경을 새겼다. 특히 이번 작업은 앞선 공산성 14처보다 한층 높아진 정교함을 뽐낸다. 원근감을 살린 섬세한 사실 묘사가 두드러진다.
이 작가는 "미륵사지 9층 석탑 같은 경우는 고도의 정교함이 필요했는데 하루 9시간씩 3일을 내리 작업에 집중했다"며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는 어깨가 마비돼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그 고통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그는 "고통 속에서 내가 해야 할 것, 스스로 다짐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안도하고 위로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답사와 자료조사의 초기 작업과정을 거쳐 조각을 완성한 작업의 마지막 단계서 작가는 그동안 생각해 온 시를 창작한다. 시조의 형식을 빌려와 초·중·종장의 형태의 시는 작품 전 과정 동안 생각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조각을 하면서, 공산성에 오르면서 시구가 생각났던 것 같다"며 "조각 작업 마지막 단계인 전각 낙관을 하면서 시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완성은 그가 목표한 10번째 전시를 여는 데 있어 첫 단추가 된 작업이다. 이 작가는 "작품을 하면서 어렵고 힘든 건 누구나 같겠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작품이 잘 나왔다"며 "공주대 이혜준 교수와 나태주 시인의 감수를 받고 나서 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시작으로 마지막 전시를 위한 창작 여정에 들어간다. 앞으로의 작업 역시 국내의 문화재를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 작가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국내 많은 곳을 건드려 보고 싶다"며 "일단 이번 백제권 8경을 작품화할 수 있어, 해낼 수 있어 안도한다"고 말했다.
'8처 8시'는 앞으로 2주에 한 편씩 중도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된다. 임효인 기자
이일권 작가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한국 서예협회 부이사장 역임
한국 서예협회 충남지사장 역임
충남 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전북.부산 세계 비엔날레 출품
한국 문인협회 회원 (문예사조 2013년 시 등단)
공주 신 10경시 (시, 서, 화, 각) 등 다수 발표
서예 개인전 9회 (서울, 대전, 공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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