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윤 씨 |
1루 내야 응원단 위에 있는 2층 208 플랫폼. 홈경기에선 그를 빈번히 만날 수 있다. 직장인인 터라 원정경기까지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홈경기는 대부분 빠지지 않고 구장을 찾는다. 본인의 열정만으로 응원에 나서고 있다.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엔 '윤이라고해'라는 이름과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하는 V2라는 등번호가 담겨있다. V2는 한화가 우승을 한 번밖에 못 했기 때문에 우승을 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한화이글스 2층 지킴이로 불리고 있다. 그가 야구장에 왔을 때와 오지 않았을 때 2층 분위기가 달라서다. 한 야구 팬은 "원래 2층은 앉아서 관람하는 데 앞에서 저분이 앞장서서 응원할 땐 다 같이 일어서기도 하고 목소리를 크게 내서 응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층보다 2층에 관한 장점에 대해서 정 씨는 "경기장이 한눈에 다 보인다. 현장감은 줄어들지만 한눈에 보여 전체적인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내 목소리가 멀리 퍼질 수 있는 것도 좋다"고 웃으며 답했다.
정 씨는 초등학생 때 옆집 형의 손을 잡고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야구에 흠뻑 빠져 분석하고 경기장을 찾아 꾸준히 야구장을 찾았다고 한다. 관람만 하던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인 응원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응원을 시작할 때부터 소위 미쳤다. 응원하는 게 정말 좋았다"면서 "그동안 해왔던 골프, 자전거 등 취미생활을 다 접고 야구에 전념하게 됐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활력소가 됐고 희열을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야구 응원에 대한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한화랑 정신적 운명 공동체라고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면서 응원 문화를 이끌고 그 과정에서 팀이 잘 풀리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야구 응원에 돌입하면서 그는 깃발 제작부터 다양한 응원 도구를 만들어 왔다. 한화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원 도구뿐 아니라 가방, 목걸이, 팔찌, 부채, 테이블 등 한화 마크를 부착해 소위 풀세트(?)로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그의 개인적인 희망은 단연 '가을야구'였다. 정 씨는 "올 시즌에는 긴 시간 가을야구를 봤으면 좋겠다"면서 "우승권에 가까워지면서 기대가 큰 만큼 높은 자리에서 시즌을 마감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그는 한화 팬으로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한화가 갑자기 부진할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화가 좀 못하더라도 많이 응원하고 최대한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팀을 믿고 끝까지 믿고 같이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퇴근 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로 달려가는 게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정성윤 씨. 수많은 팬들의 외침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승패를 떠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의 활동이 꾸준히 이뤄져 야구뿐 아니라 스포츠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조훈희 기자 chh795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