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유전공학이 멸종한 공룡을 되살려 공원으로 꾸밉니다. 그런데 그곳에 화산 폭발 위험이 닥칩니다. 어떻게 할까요? 빙하기 같은 자연의 대변화를 거치며 소멸해 간 것처럼 되살린 공룡 역시 자연 현상인 화산 폭발과 함께 죽어야 할까요? 아니면 어디론가 옮겨 보존해야 할까요? 이 문제는 단지 공룡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까지 확대됩니다. 자연은 인간이 개발하고 변화시켜야 할 대상일까요? 아니면 그것에 순응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는 어쩌면 인류사 전체에 걸친 주제일지 모릅니다. 대체로 서양 문명을 관통해 온 흐름이 기계론적 발전관이라면, 동양 문명과 사상은 유기론 또는 자연주의로 간주됩니다.
영화는 인간의 영역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의 원리를 거슬러 변형하려는 것에 대한 성찰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분법의 도덕론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묵중한 주제의식을 다룹니다. 영화 안에서 멸종한 공룡을 되살린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거기서 더 나아가 인간이 원하는 특성들만으로 조작해 신종 공룡을 만들어 내는 상황을 그려냅니다. 또한 거기 도사리고 있는 탐욕을 드러냅니다. 어쩌면 이것은 탐욕적 인간 문명의 산물에 대한 비유일지도 모릅니다. 공룡 형상의 괴물들로부터 되레 공격당하는 영화 속 인물들의 처지가 우리들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만든 것들로 인해 두려워하거나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유치원 다닐 만한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것은 참 신기합니다. 어른들은 외우기도 힘든 각종 공룡들의 이름과 특징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영화에도 이런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온갖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위기를 넘긴 그들 앞에 예의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가족들이 함께 하기 좋은 영화이기도 하지만, 한층 더 깊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줍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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