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숨겨진 보물
독일 드레스덴 유학 시절 같은 클래스 학생들이 연주하는 'Klassabend(클라스아밴트)'를 여러 번 참석했다. 이 연주회에서 한국 학생들은 숙련된 연주 기량을 보여줬다. 이는 타 외국 학생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드레스덴뿐만 아니라 전 유럽 음대에서 나타난다. 이런 실력 있는 유학생들이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전국에 고르게 퍼져 활동하고 있으며 클래식 잠재력도 커졌다. 특히 한국의 지리적 중심부에 있는 대전은 원근각지에서 온 우수한 음악적 재원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음악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려 준비된 보물이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이들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음악으로 인한 행복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음악가들의 무대는 적고, 무대에 올라도 수입도 적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발굴하고 보존하기
유럽은 각 도시마다 오페라극장 운영하고 있다. 큰 도시에는 극장이 2~5개 이상 있다. 우리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 형식 면에서는 오페라극장을, 내용면에서 한국현실에 맞는 공연을 기획한다면 한국적인 오페라극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각 시·도에 있는 교향악단과 합창단을 보충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제도권 밖에 있는 음악가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대전만 해도 민간오케스트라가 10개 이상, 크고 작은 기악 앙상블, 다수의 합창단이 있으며, 우수한 음악적 인재들이 많다. 그들은 해외 유학 또는 유학을 하지 않았어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청중의 관심이다. 클래식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친해질 수 있다. 이 음악을 통해 위로와 평안 더 나아가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시민들의 관심을 갖고 음악회장을 찾을 때 이 보물은 모두의 것이 된다.
곧 지방 선거를 통해 각 지자체 장이 선출된다. 각 후보자는 음악 부분에 관심을 갖고 정책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 클래식은 사람을 힐링하고 용기를 준다.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말했다. "내가 하루에 한 번씩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를 들을 수 있다면 나는 매우 용기 있는 사람이 될 텐데." 이제는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보물이 주위에 있기 때문에. 보물을 찾으러 가자. 음악이 연주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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