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뻥튀기'의 추억과 '뻥튀기지 말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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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뻥튀기'의 추억과 '뻥튀기지 말아야 할 것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6-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주말 학생들과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부산 여행은 통일부가 지원하는 통일교육 옴니버스 특강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통일의 눈으로 부산을 다시 보다"라는 주제로 실시한 통일캠프였습니다. 통일캠프를 통해 학생들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 청사로 사용한 건물과 기념관, 국제시장, 유엔기념 공원 등을 돌아보며 통일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흔히 통일캠프를 생각하면 판문점이나 DMZ, 또는 북한이 파놓은 남침용 땅굴 등을 떠올리고 부산이 통일과 무슨 관련이 있나 생각하지만, 의외로 부산에 한국전쟁과 관련한 시설과 장소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수년전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많은 분들이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듯이 부산에 통일관련 장소와 시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통일캠프는 좀 다른 시각에서 부산을 돌아보면서 통일에 관한 의미를 되새긴다는 의미로 실시한 것입니다.

부산
아무튼 내게 이번 통일캠프는 좀 색다른 의미가 있었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산 곳곳을 돌아보는 일정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끈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40계단"이 그곳입니다. 40계단은 본래 일제 강점기인 1910년경을 전후하여 부산 중구 동광동에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40계단은 당시 부산항과 부산세관을 잇는 주택가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곳인데, 한국전쟁 시기에 40계단 주변에 피난민이 몰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많은 판자촌이 형성되었고, 이 40계단이 피난민들의 생계를 위한 구호물자를 내다파는 장터를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피난민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만나는 장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40계단은 말 그대로 계단 수가 40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40계단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40계단 앞에는 한자로 쓰여 있는 '사십 계단 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40계단은 1951년 박재홍이 부른 대중가요 「경상도 아가씨」라는 노래를 통해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40계단 기념비 뒷면에 바로 이 노래의 가사가 적혀 있는데, 다음의 가사 내용을 보면 바로 당시 상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십 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잣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 없이 슬피 우는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40계단을 보고 나서 돌아서면서 눈에 들어 온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뻥튀기 장수 조형물이 그것입니다. 모자를 쓰고 있는 뻥튀기 아저씨가 뻥튀기 기계를 돌리고 마지막 "뻥이요!"를 외치기 직전의 모습과 그 옆에서 두 명의 아이가 귀를 막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조형물을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나는 한참이나 이 조형물을 바라보면서 엣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이 뻥튀기는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장 한 구석을 자리 잡고 "뻥이요!"를 외치고 난 뒤 들리는 폭음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우리 어린 시절의 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장이 아니더라도 수레에 뻥튀기 기계를 싣고 동내를 다니며 "뻥이요!"를 외치며 뻥튀기 장수가 나타나면, 어머니가 쌀독에서 한 바가지 쌀을 퍼 나가서 뻥튀기를 해서 주시던 추억은 아마 누구나가 있을 것입니다.

뻥튀기 장수가 외치는 "뻥이요!"는 곡물을 기계에 담아 불을 지펴 압력을 높인 후 뻥튀기가 다 되었음을 알리고, "뻥!"이라는 굉음이 나니 조심하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또 "뻥이요!"는 뻥튀기 장수가 왔으니 튀길 곡물을 담아 나오라고 자신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부산-뻥튀기
이런 뻥튀기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 되어버렸으니 정말 아쉽기만 합니다. 쌀, 옥수수 등 곡물을 압력으로 부풀게 해서 먹는 뻥튀기는 뻥튀기한 곡물 그 자체를 먹기도 하고, 강정을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간식이 그리 많지 않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에 사실 뻥튀기만큼 맛있는 간식도 없었습니다. 요즘도 혹시 시골 장터를 가거나 아파트에서 열리는 장터에서 뻥튀기를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기계화되어 손수 손으로 돌리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으니 이제 뻥튀기는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또 다른 '뻥튀기'가 너무 많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뻥'의 의미가 거짓말이나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부풀리는 의미로 쓰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부풀리는 '뻥튀기'를 하고, 사실이 아닌 거짓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뻥튀기'하기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이 '뻥튀기'하는 것을 목격하고 비난하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너무 자연스럽게 '뻥튀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마치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처럼 말입니다.

물론 살다보면 가끔은 '뻥튀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완전한 거짓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거나 또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업적, 성과 등을 조금은 과장되게 포장하는 '뻥튀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뻥튀기'는 순수한 거짓말을 의미하는 '뻥'은 아닐 수 있고 약간 부풀리는 '뻥'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뻥튀기'가 또 다른 '뻥튀기'를 만들어 낼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처음의 '뻥튀기' 결과가 나중에는 처음의 의도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뻥튀기'로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조금은 부풀리기를 하는 '뻥튀기'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이런 '뻥튀기'가 너무도 흔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성과도 일부 '뻥튀기'가 있고, 어떤 회사나 조직도 나름의 '뻥튀기'가 늘 있고, 그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묵인되는 정도를 넘어 용인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 뻥튀기 장수가 외치는 "뻥이요!"가 자신이 왔다는 존재를 알리고, 또 "뻥" 소리가 나니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뻥이요!"를 외쳤는데 말입니다. 뻥튀기 장수의 "뻥이요!"는 거짓이나 과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남의 '뻥'을 탓하기 전에 그 동안 살면서 내 스스로 얼마나 '뻥'을 치고 살았나를 반성해 봅니다. 그리고 마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혹시 '뻥'이 아니었는지도 돌아보는 시간을 갖으려고 합니다. 바로 이번 주말에 말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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