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걷는 자세가 좋지 않은 딸은 신발을 사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발목 안쪽이 닳아버린다. 금세 닳아버린 신발을 볼 때면 걸음걸이를 고치지 않는 딸에 대한 속상함과 닳아버린 새 신발이 아깝다는 생각에 잔소리를 하기 일쑤이다. 그런데다 산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새 신발이 더러워질세라 아끼고 조심하던 딸아이는 버스에서 누군가에게 밟히는 바람에 신발이 더러워지자 더 이상 신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에고 조금 전까지 새 신발이라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신더니 그새 더러워졌다고 바로 막 신는구나.' 속상한 마음에 더럽혀진 딸아이의 신발을 보고 있자니 장한과 왕정상에 대한 고사가 생각났다.
옛날 중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이제 막 어사에 임명된 신입어사 장한이 감찰어사 왕정상을 찾아가 어사로서 갖춤에 대해 가르침을 구하였다. 그러자 왕정상은 그에게 얼마 전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왕정상이 공무 수행 차 외출을 하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마침 그날 새 신발을 신은 가마꾼은 혹시 신발이 더러워질세라 조심스레 걷더니 흙탕물에 발이 빠져버리자 더 이상 신발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다니는 것을 보았다며 신입어사 장한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입신의 도리도 이와 같네. 자칫 잘못하여 과오를 범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조심하지 않게 되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단속해야 하는 걸세."
장한은 왕정상의 고견에 깊이 탄복하여 그 말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고 한다.
한 번 진창에 빠진 사람은 자연히 경계를 풀고 느슨해지게 마련이다. '이미 더러워졌는데'라는 마음에 두 번째 때가 묻는 건 개의치 않게 되는 것이다.
생활은 습관적인 행동의 연속으로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행동이든 그릇된 행동이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예상 밖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항상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자가 말하기를 "언제나 자신을 단속하는 자는 실수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언제나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은 시작은 물론 끝맺음도 좋을 수밖에 없다. 외모를 단정히 한다는 것은 곧 자신감을 갖게 하고 마음과 정신을 무장시키는 것이다.
한 번 더러워졌다고 다음 행동은 개의치 않는 사람이 아닌, 늘 자신을 살피고 반성하며 한결같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더러워진 딸아이의 신발을 닦아 놓았다.
딸, 사람들은 깨끗한 네 운동화를 보는 게 아니라 그 깨끗한 운동화를 통해 소중하게 아끼고 깨끗이 관리하는 네 마음가짐을 보는 거란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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