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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인데 그걸 모르는 누군가가 안쓰럽다. '너'를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필가로 알려진 피천득의 유일한 창작 시집 『창밖은 오월인데』는 피천득 문학의 핵심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이 가득하다. 종전에 출간됐을 때 시집의 이름이 '생명'이었던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개정판은 생명이 절정인 오월의 청신함이 가장 잘 드러난 시 '창밖은 오월인데'의 제목을 새 이름으로 삼았다.
길지 않은 편편의 시마다 극도로 절제된 언어와 여운이 가득한 시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석경징 교수의 작품해설대로 언어의 절약과 정서적 여유가 공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보인다. 복잡한 상황에도 핵심에 자리한 단순함을 발견하고, 그 단순함을 어린이라는 개념과 이미지로 시각화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대체로 단순하고 착한 심성이 섬세하게 담겼지만 '불을 질러라' 등 참여시 성격이 강한 작품도 있다. 오월만큼 풍성하고 아름답고 느껴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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