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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 변호사 박훈은 갑자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운동권이었던 20대의 자신을 상징하는 단어로 '화염병, 쇠파이프, 막걸리'를 꼽고, 노동문제 변호사였을 때 '파업부흥사' '깡패 변호사'로 유명해진 그다. 영화 '부러진 화살' 속 변호사의 실제 모델이자 가수 고(故) 김광석의 아내 서해순씨 변호를 맡은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시가 찾아온 것이다.
그에게 찾아온 시의 온도는 뜨거웠을 것이다. 발문을 쓴 황규관 시인은 '박훈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혁명'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전한다. 시인은 '오늘도 혁명을 꿈꾼다'에서 혁명가들을 부르고, '386을 위한 변명'에서 주류가 된 학생운동 세력과 선을 긋는다.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법대로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파시즘에 대응해 왔던 그답게 불바다, 노동자, 화해, 계급, 민중도 시어로 삼았다. 3년간 쓴 수백편의 시는 그의 마음을 다스렸다. '감정이 몸으로 밀고 들어가 나오는 시들은 들에 핀 매화처럼 거칠어도 향기는 깊다'는 마지막 페이지의 말처럼 시어는 정제되기보단 성기고 거세다. 인쇄를 제외한 모든 과정이 손노동으로 이뤄진 시집 안에, 그래서 더 정직한 언어가 가득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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