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미술관 전화벨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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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미술관 전화벨이 울린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 승인 2018-05-29 08:54
  • 신문게재 2018-05-30 23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이지호 관장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미술관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린다. 미술품 경매에서 구입한 이응노 화백 작품의 진위를 봐달라는 전화이다. 어느 예술인은 전문분야만 다루는 옥션에서 구입한 작품이라며 사료적 가치를 확인코자 전화를 하고 핸드폰으로 작품사진을 전송하기도 한다. 오래전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작품이 이응노 화백의 작품인 것 같다며, 작품사진을 보여주고 싶다는 전화도 있다. 지난 해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현대미술관과 파리 시립동양미술관의 이응노 초대전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에 부쩍 이 화백의 작품과 관련된 전화가 많아졌다. 화랑들도 이응노 화백의 개인전을 전국적으로 개최하는가 하면,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이 화백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시장을 통해 작품을 구입한 분들의 전화가 대부분이다. 경매에 나온 이 화백의 작품들은 이미 유족에게서 구매자에게 넘어간 작품들이다. 경매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하기 전에 문의를 했다면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그 결과를 알려 줄 수 있지만, 이미 구입한 고가의 작품에 의견을 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옥션이나 화랑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구매자가 핸드폰으로 찍은 스냅 사진으로 미술관의 의견을 받고자 것은 위험하다. 공립미술관은 이런 민감한 사안을 다투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분들의 요청으로 들어온 작품 관련 자료들은 미술관의 자료실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미술관에는 작품의 진품 리스트와 위작리스트가 모두 존재한다. 작품 연구와 전작 도록의 기초자료로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공립미술관의 작품구입의 경우에는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이 화백의 작품이 수집 대상 1순위다. 수작을 소장하기 위한 미술관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공립미술관은 이 화백의 작품이 구입대상 리스트에 올라가면 작품의 소장처와 소장 경위 등을 조사하고, 유족과 작품의 제작년도 및 제작배경 등 작품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 파악한다. 이때 작가미술관을 통해 저작권자의 작품 확인을 받아내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소장품의 순수성은 공립미술관의 위상을 좌우하는 엄격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프랑스 A 여변호사로부터 메일이 왔다. 1960년대 후반 므동(Medon)이라는 곳에서 이응노 화백의 가족과 함께 지냈고, 그때 이 화백이 작업했던 자료들과 함께 선물 받은 작품 2점을 50년 동안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퐁피두미술관과 세루누시미술관에 연락해서 이응노미술관 관장의 메일주소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 파리 출장 때 이 화백의 미망인과 아들 이융세 화백을 모시고 그녀를 찾아갔다. 기적 같은 만남이었다.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이 화백의 가족과 찍은 앨범사진을 펼쳐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 미망인은 긴 세월 여러 번 이사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이 화백의 예술품을 소중하게 간직해준 그녀에게 뜨거운 감동과 고마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녀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작품은 이 화백의 초기 파리 시기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보물이다. 모두 이응노미술관의 아카이브로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계속된 해외 국공립미술관의 이응노 회고전의 성공 여파로 이응노미술관의 전화벨이 바쁘게 울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이응노미술관은 주변 미술시장의 투기 전략에 휩쓸리지 않고 이 화백의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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