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부처님 오신날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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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부처님 오신날을 보내며

  • 승인 2018-05-27 10:37
  • 이건우 기자이건우 기자
지난주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자비를 전파하기 위한 봉축법요식 등 기념식이 일제히 열렸다.

이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진뉴스 중 눈에 뛴 것이 이었다.

정치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장한 모습이었다. 6.13지방선거에 출마,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직을 두고 날선 비판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가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과 공손히 합장한 두손은 다정스럽고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각자 속내는 '선거에서 승리하게 해주세요"하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지라도 .

정치적 적수인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종교의 힘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믿는 종교에 대해서는 신뢰와 추종을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수많은 신도들이 모인 봉축법요식은 이들에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표밭이였을 것이다. 같은 신을 믿는다는 동질감은 학연,지연, 혈연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연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필자도 종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렸을 적에는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 찬송가를 부르며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지금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되는 주기도문이 뇌리에 남아있다. 먼 후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에서 집사직을 맡은 다섯째 이모님에게 만날 때마다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면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참된 삶이라면 설교를 듣곤 했다. 한번은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소심한 반발에 정색을 하곤 "사랑하는 조카가 천국을 못가고 지옥에 가서 고통받을 것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느냐"며 평소보다 강경한 어조로 설교를 해 곤혹스러웠던 일도 생각난다.

고등학생일때는 다니던 학교가 불교계에서 건립한 학교라 부처님 오신날은 큰 기념일이었다. 학생들은 반별로 작은 연등에서부터 커다란 코끼리, 석탑 등을 만들었다. 저녁에는 만든 연등을 앞세우고 대전시내를 행진하는 제등행렬에 참가했다. 불교신자가 아니던 필자도 도심지를 행진하는 일은 즐거웠던 일로 추억으로 남아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56.1%가 무신론자다. 불교신자가 15.5%, 개신교 신자가 19.7%, 가톨릭 신자가 7.9%로 조사됐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같은 의미라고 생각된다. 같은 신앙인에게만 해당하는 말씀은 아닐 것으면 보편적인 진리의 말씀이라고 생각된다. 즉 신앙이 다르다고 배척하고 차별하는 것이 정당한 될 수 없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과 현재 진행형인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학살과 파괴행위 등에서 보듯이 배타적인 신앙에 기반한 갈등과 대립의 폐혜는 참혹하다.

종교가 개인과 사회의 안정을 넘어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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