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전통문화 현장, 인산솟대마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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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전통문화 현장, 인산솟대마을②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5-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 입장에서 보면 새는 엄청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동토의 땅 휴전선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남북이 총칼 겨누고 있는 그 사이에 살기도 합니다. 특히 물새는 땅, 물, 허공 등 가리지 않고, 모두 자기 삶의 영역으로 삼아 즐깁니다. 게다가 철새는 자기 필요에 따라 수백만 리도 기꺼이 옮겨 다니며 삽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자유의 상징이요, 동경의 대상입니다. 그들에게 욕심꾸러기 사람만 없다면, 지구가 천상 아닐까합니다.

사라졌다 돌아오는 철새, 예전 사람은 그가 천상에 다녀 온 것으로 생각했답니다.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나 전령사로 여겼지요. 그런 새에게도 먹이사슬이 있지요. 그것마저 떨쳐버린 더 자유로운 상상의 새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불가에는 극락정토에 살며 소리가 매우 아름답다는 극락조極樂鳥, 용을 먹고 산다는 금시조金翅鳥가 있습니다. 동양에서 만들어져, 수컷은 봉, 암컷은 황이라 일컫는 봉황(鳳凰), 사신(四神) 중 남쪽을 지키며 붉은 봉황이라고도 하는 주작(朱雀) 등이 있지요.

솟대에 앉아있는 새는 무슨 새일까요? 상기한 거의 모든 새가 대부분 활용됩니다. 솟대에 부여되는 의미, 세워진 장소, 지역에 따라 다르거나 다르게 부르고, 그에 부합하는 상징 새가 자리합니다.

드물지만, 봉황으로 보기도 합니다. 봉황은 상상의 새인 만큼 그 모양이 분명치 않습니다. 상서롭고 아름다우며 신성시 했던 것은 동일해 보입니다. 봉황은 태평성대太平聖代 치세에만 나타나, 하늘이 보여주는 성군의 징표로 생각했답니다. 성군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봉황을 왕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는군요. 새의 수장이라 일컬어지는 봉황은 제정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왕권이나 통치권 또는 성군, 하늘의 상징으로 사용된 사례가 많답니다. 우리민족, 민간인 사이엔 사랑, 고귀함과 고품격 상징으로 많이 인용되었답니다. 통치자의 상징보다 함포고복含哺鼓腹, 태평성대 열망이 봉황을 불러 왔겠지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기원입니다. 인산솟대마을 김익열 대표는 극구 솟대 새가 봉황이라 주장합니다.



솟대
상징되는 새 종류만큼이나 솟대는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짐대, 소줏대, 표줏대, 솔대, 거릿대, 수살목, 서낭대 등이 그것입니다. 강원도에서는 진토배기라 부르기도 합니다.

솟대를 통하여 풍년, 풍어 등 풍요를 기원합니다. 물이나 바람, 불과 같은 자연재해, 질병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잡귀를 막아주는 액막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신과 소통하는 전령사,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안도와 평안을 주는 수호신, 개인이나 마을의 번영, 번성의 기원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여, 아름다운 마을, 풍요롭고 평화로운 이상세계에 대한 꿈이 담긴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솟대는 찾아온 길손에게 마을이 있다 알게 해줍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주변 마을과 거리를 알려줍니다. 마을과 마을 경계 표시이기도 합니다. 마을 특성이나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현대의 이정표 역할은 물론,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사 모두 정착과정 거치면 의미와 내용이 확장되거나 첨가되듯, 솟대가 비보풍수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배나 배가 나아가는 모양의 지형(行舟形)에 그 배를 안정시키려 돛대로 설치했다는군요. 빈약하거나 허한 지세를 보완하기 위해 세우기도 했답니다.

마을에서 과거 급제자가 나오면 축하하거나 자랑하기 위해 솟대를 세우기도 하고, 그 영광을 기리고 지속시키기 위해 세워두기도 하였답니다.

같은 일을 하다보면 지루해지거나 흥미와 관심이 떨어지지요. 예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매년 만드는 것이 귀찮아, 솟대를 돌로 만들기도 하고, 쇠로 만들기도 하였답니다. 기왕 만드는 것이라면 나무로 만들고, 온 동네 사람이 함께 매년 새로 만드는 방식이 원형이겠지요. 특정 사실적 새 모양보다 자연 소재 그대로 활용, 각기 원하는 의미가 모두 담긴 모습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처음 또는 좋은 모습을 견지하는 것이 좋겠지요.

솟대가 다양하게 해석되고 응용되고 있습니다. 솟대의 외출보다 근원으로 돌아가 심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어느 곳이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국가, 자치단체, 마을, 어디에서 세우던 단순한 표식보다 공동체의식과 정서, 함께 하는 과정, 더불어 꿈꾸는 사랑과 소망이 깃든 상징물을 세우는 것이 어떨까요?

인산솟대마을 옥 내외에 솟대 관련 많은 자료와 작품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전통문화를 만나는 일은 과거로의 유람이요, 미래로 향한 환상 여행입니다.

매사 기계적으로 임하다 보면 꿈을 잃게 되더군요. 항상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꿈이 없으면, 그저 이루어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이룰 게 없겠지요. 누구나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지 않나요? 꿈을 꾸어야, 이상세계, 보다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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