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또는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이라거나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 드는 상쾌한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소확행'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큰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에서 그때그때 느끼는 소소한 기분 좋음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소소하고 작은 일상에서 항상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소확행'이 분명합니다.
'소확행'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그 동안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 잘 모르면서 그냥 막연하게 행복을 찾으려고 헛된 생각과 잘못된 행동과 오판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무엇인가 뜻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무엇인가를 얻는 행복보다는 정말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기쁨이나 상쾌함이 주는 어떤 느낌이 사실은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이런 작은 행복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것들이 진정한 행복인데 말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고 얻고자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조차 정확히 모르면서, 무작정 행복하기 위해 행복이라는 환상을 좇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너무나도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불행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남들은 모두가 행복한 것 같은데 자기 자신에게는 남들이 누리는 행복이 없고 스스로는 그렇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행복과 불행은 사실 어찌 보면 생각의 차이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인식을 강요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고를 당해 몸이 아픈 경우에도 사고를 당한 자체는 불행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고로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치유할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다행이고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 역시 그 동안 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일을 했다거나 순간적인 오판으로 인한 사고였다면, 사고로 인해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은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고를 당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미 당한 사고를 접하는 생각의 차이는 행복과 불행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나주 고택에서 정갈한 아침/사진=박광기 |
이런 작은 행복함은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쳐 버린 길가의 야생초의 작은 꽃을 다시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꽃의 향기를 맡으려고 했고 결국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런 나의 행동은 평소의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행복함으로 시작한 하루는 하루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확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소확행'은 다시 다른 '소확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주 고택에서/사진=박광기 |
순천만국가정원에서/사진=박광기 |
'소확행'은 바로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소확행'인 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소소하고 작은 그러나 확실한 행복은 바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행복을 더 많이 인식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찾는 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 그 동안 느끼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한 '소확행'을 더 찾아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소확행'이 더 큰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소확행'이 더 큰 행복, 즉 '대확행'(크고 확실한 행복)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 같이 '소확행'을 통해 '대확행'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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