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소확행'으로 '대확행'을 찾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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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소확행'으로 '대확행'을 찾는 시간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5-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마도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은 '소확행'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현듯 '소확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마 새로 생긴 작은 행성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입니다. '소확행'이라는 말은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또는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이라거나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 드는 상쾌한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소확행'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큰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에서 그때그때 느끼는 소소한 기분 좋음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소소하고 작은 일상에서 항상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소확행'이 분명합니다.

'소확행'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그 동안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 잘 모르면서 그냥 막연하게 행복을 찾으려고 헛된 생각과 잘못된 행동과 오판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무엇인가 뜻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무엇인가를 얻는 행복보다는 정말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기쁨이나 상쾌함이 주는 어떤 느낌이 사실은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이런 작은 행복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것들이 진정한 행복인데 말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고 얻고자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조차 정확히 모르면서, 무작정 행복하기 위해 행복이라는 환상을 좇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너무나도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불행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남들은 모두가 행복한 것 같은데 자기 자신에게는 남들이 누리는 행복이 없고 스스로는 그렇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행복과 불행은 사실 어찌 보면 생각의 차이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인식을 강요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고를 당해 몸이 아픈 경우에도 사고를 당한 자체는 불행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고로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치유할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다행이고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 역시 그 동안 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일을 했다거나 순간적인 오판으로 인한 사고였다면, 사고로 인해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은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고를 당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미 당한 사고를 접하는 생각의 차이는 행복과 불행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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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고택에서 정갈한 아침/사진=박광기
지난 주말 나주의 오래된 고택에서 하루 밤을 보냈습니다. 그 동안 침대 생활을 오래 한 탓으로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자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불편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프고 지금도 거동하기가 정말 불편합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마루에 놓인 정갈하고 맛있는 작은 밥상을 보는 순간 쾌청한 아침 하늘만큼이나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백년이 넘은 고택에서의 하룻밤도 한옥이 주는 불편함보다는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고, 작은 밥상에 놓인 반상은 더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비록 허리가 아프고 거동이 불편했지만, 그런 고통은 작은 밥상이 주는 행복으로 참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작은 행복함은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쳐 버린 길가의 야생초의 작은 꽃을 다시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꽃의 향기를 맡으려고 했고 결국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런 나의 행동은 평소의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행복함으로 시작한 하루는 하루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확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소확행'은 다시 다른 '소확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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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고택에서/사진=박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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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에서/사진=박광기
평소 저녁시간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내게는 또 다른 행복입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보더라도 흔히 말하는 출생의 비밀을 다룬 것이나 슬프고 가슴 아픈 드라마보다는 밝고 유쾌한 드라마를 즐겨 봅니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의 반전이 있기도 하고 마음을 슬프게 하는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가끔은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드라마도 즐겨 보지만 저녁시간에 여유 있게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소확행'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 있거나, 다른 곳으로 출장을 다녀와야 하는 일이 아니면 가급적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간에는 집에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게는 '소확행'이기 때문입니다.

'소확행'은 바로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소확행'인 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소소하고 작은 그러나 확실한 행복은 바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행복을 더 많이 인식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찾는 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 그 동안 느끼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한 '소확행'을 더 찾아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소확행'이 더 큰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소확행'이 더 큰 행복, 즉 '대확행'(크고 확실한 행복)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 같이 '소확행'을 통해 '대확행'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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