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인동에 거주하는 오병주(83·왼쪽) 씨와 임종숙(80) 씨 부부. |
임 씨는 첫 만남이 특별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만나기 전날 밤 꿈을 꿨는데, 어떤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가슴에 총을 탕하고 쐈다"며 "다음 날 나가보니 총 쏜 사람이 와서 앉아있었다"고 말하며 놀라웠던 그때의 기분을 설명했다.
오 씨도 첫 만남을 떠올린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수줍어하면서도 "그때 복스러워 보이고 참 예뻤지"라며 아내를 지긋이 바라봤다. 오 씨 부부는 함께 한 60여 년의 세월만큼 좋은 시절도, 어려움도 많았다.
넷째 딸이 7살쯤 됐을 무렵, 아내 임 씨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임 씨는 4남매가 모두 초등학생, 중학생이라 엄마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할 때인데, 많이 챙겨주지 못했던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임 씨는 "그때 겨우 초등학교 6학년이던 큰딸이 오히려 아픈 엄마를 챙기며 일찍 철이 들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전시청 공무원이었던 남편도 당시 일찍 퇴근해 집안일을 도맡았다.
오 씨 부부는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 오 씨가 퇴근하면서 사온 통닭 한 마리에 4남매가 달려들어 먹는 모습이 귀여워, 넉넉하지 않아도 가끔 통닭을 사 들고 집에 갔다. 또 4남매가 각자 평생의 동반자를 데려와 결혼식을 올릴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집에는 셋째 딸의 결혼식 날 찍은 젊은 시절 둘의 모습이 액자에 담겨 있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오 씨가 은퇴한 후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결혼 후 4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바빴지만, 지금은 둘만 남아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아침, 저녁에 같이 보는 뉴스나 드라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임 씨는 "요즘은 집안일도 모두 함께한다"고 말했다. 임 씨가 세탁기를 돌리면 남편 오 씨가 마른빨래를 개고, 식사 준비를 하면 오 씨는 수저와 반찬을 놓는다. 식사 후 커피를 타는 것도 남편 오 씨의 몫이다. 그는 "남편이 빨래를 개어 놓으면 내가 다 새로 접어야 한다"고 툴툴대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60년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황혼을 맞은 오 씨 부부는 "그래도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오 씨는 "아직도 아내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며 "힘들 때도, 슬플 때도 있었지만, 같이 살면서 좋을 때가 훨씬 많았다"고 말하며 아내를 다정하게 바라봤다.
방원기·조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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