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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토끼의 까만 눈이 반짝인다. 파란색 조끼 아래 몸의 털은 움직이면 부드럽게 물결칠 듯하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전집' 속 래빗네 가족 중 말썽꾸러기 막내 피터는 그렇게 살아 움직일 듯 생생하고 사랑스럽다.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1년에 200만부가 팔리는 고전 '피터 래빗'의 주인공은 이름 그대로 피터 래빗, 작가가 실제로 키웠던 토끼다. 작가는 피터 래빗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상상력으로 승화시키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가정교사의 아들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그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진 피터 래빗의 탄생비화가 대표적이다. 책이 성공한 뒤에는 인세와 애독자들의 성금을 모아 주변 농지를 사들이면서 개발 요구에 맞서 자연보호에 앞장섰다. 피터 래빗에도 그런 작가의 삶이 투영됐다. 피터 래빗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작은 모험들은 독자들에게 인생에서 만나는 고비를 넘길 때 꺼내야 할 용기를 떠올리게 한다. 유머와 기지로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위로도 받을 수 있다. 27권을 모아 펴낸 전집이다. 720쪽에 달하는 페이지 안에 따뜻한 울림이 한 장 한 장 가득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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