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사유적 공간, 259x388㎝, Oil on canvas, 2017. |
2015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이석주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200호에서 1000호에 달하는 '사유적 공간' 등 대형 신작을 중심으로 초기작인 1970~80년대 '벽', '일상' 시리즈 등 회화와 드로잉 45점이 전시된다.
이 작가는 국내 화단에 비정형의 추상회화가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대상을 사진처럼 정밀히 묘사하는 극사실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극사실 회화를 대표하는 이 작가는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일상성과 초현실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에어브러시와 붓을 이용해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대상을 그리면서도 내면의 사유, 서정적인 감성 등 주관적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최근 4~5년 동안 작업한 200호~1000호 크기 '사유적 공간' 대형 회화 작품들을 대거 선보여 '존재와 시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전에 시간성을 나타내던 말들은 오래된 책이나 활자 이미지들과 한 화면에 놓여 다양한 인간을 나타내는 소재로 등장하며, 크게 확대된 낡은 책이나 떨어져 나온 책 페이지들도 명화나 말 이미지를 연결해 주면서 새로운 시공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이번 전시작에는 특히 16~20세기 서구 고전 명화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는데, 원본에 최대한 근접하게 복제된 명화의 부분 이미지들은 낯선 사물들과 함께 놓임으로써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나아가 인간존재에 대해 생각게 한다.
이 작가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의 순수성, '우유 따르는 여자' 속 일상적 삶의 모습, 앵그르의 '오달리스크'의 욕정과 세속성, 카라바지오의 '의심하는 도마'에서 예수의 부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도마의 인간적 모습, 렘브란트의 고뇌가 엿보이는 인물과 라 투르의 희극적인 악사의 대비, 그리고 호퍼의 '밤의 사람들'에 드러난 고독한 도시 분위기를 나 자신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일상적 인물들의 우수와 고뇌,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임효인 기자 baba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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