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감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감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 승인 2018-05-14 15:01
  • 신문게재 2018-05-15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정용도
정용도 미술비평가
미디어는 도구인가. 아니면 새로운 정신의 단초인가? 진화와 도구의 발달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컴퓨터의 사용과 인터넷의 발달은 도구 활용의 면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의 근대사에서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가장 커다란 비극이었던 6.25 남북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으로부터 68년이 지났다. 국민들은 전쟁의 발발에서 휴전까지 4년 1개월 동안 일본 제국주의 식민시기 35년에 비교될만한 고통을 겪었다. 전쟁을 겪은 당사자들에게 그 시간은 모든 고통이 망라된 100년보다도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그들 고통과 공포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혹은 미래를 희망할 수 없을 때 시간을 아주 길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건 당사자와 외부자가 느끼는 정서적 강도는 감각적으로 상대적이다. 사실 정서라든지 감정이라는 말들은 비이성적이라고 생각되어 왔지만 시청각을 비롯한 감각적 효과들의 측정과 재현이 가능해지면서 이성의 하위개념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소위 객관적이라고 하는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상대적인 합의가 중요한 민주주의처럼 서로의 정서가 충돌하지 않을 때 사회는 안정된다.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달리 말해 시간이 감각적인 현실의 핵심적인 본질이라는 의미이다. 현실을 절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현실을 관망하는 아웃사이더와는 다른 시간의 길이를 가진다. 이는 수백 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동물과 100년이 채 못 되는 수명을 지닌 인간의 운동감각으로 드러나는 반응속도의 차이에 비교해도 짐작할 수 있다. 절실함의 강도와 행위의 속도는 비례한다.

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인간중심적 사고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특별한 것은 문화를 계보적 구성을 통해 정신의 확장이 가능한 혁명적 상황으로 재구성해왔다는 것이다. 문화의 구성적인 차원이 가능해진 것은 글을 사용해 생각하고 추론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텍스트적 논리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미디어 이전의 문화는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글을 통해 진화해 왔다. 글은 생각을 물질적으로 표현한다. 물질적인 구체성을 지니고 있는 글은 생각의 도구이고 정신의 상징적인 표상(emblem)이다.



인간에게 혁신이란 언어라는 도구를 변화시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행동도 변화한다. 행동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언어는 거짓말이 된다. 21세기 초연결 미디어 사회의 기술은 그동안 말과 글이 인간의 생각과 맺어왔던 정신의 텍스트적 영역을 인간의 감각이 시각적 이미지를 포함하는 광의의 언어에 직접 연결 될 수 있는 상황들로 확장시켜 준다. 감각적 확장은 새로운 차원의 세계와 인간의 현현을 경험하게 해준다. 물질적으로 부재하지만 경험할 수 있다면 가상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21세기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는 감각하기에 존재할 수 있다. 기술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안드로이드적인 혁명의 시대적 변화와 한반도 통일의 비전은 시간의 몫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