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쏘우' 포스터 |
어느 캄캄한 지하실. 발목에 쇠줄이 묶인 채 서로를 마주하게 된 아담과 고든. 두 남자는 자신들이 왜 잡혀왔는지 서로가 누군지조차 모른채 어떻게든 쇠줄을 끊어보려 갖은 애를 써보지만 소용이 없다. 주머니 속에는 8시간 내에 고든이 아담을 죽이지 않으면 둘은 물론 고든의 부인과 딸까지 죽이겠다는 범인의 음성이 담긴 테이프가 들어있어 아담과 고든은 패닉에 빠지게 된다. 한편, 연쇄살인을 추적하던 탭 형사는 고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 뒤를 쫓지만 범인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예정된 시간은 점점 가까워져 오는데…
영화 ‘쏘우'에서 직쏘는 단순한 살인마 인형 캐릭터가 아니라 명확한 논리와 철학으로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들에게 그 소중함을 일깨워줄 계기를 만들고 생사의 판단을 그들 스스로에게 맡겼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무법지대와 비슷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존재했으면, 하는 가정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강간 사건은 많게는 백여 명의 가해자가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왔지만 가해자와 그 부모들의 적반하장격 태도, 경찰 관계자들의 존중없는 수사, 심지어 지역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누구하나 피해자를 보듬어주지 못했다. 피해자는 피폐해진 정신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해자 대부분은 경미한 처벌을 받았으며 평범한 사람들처럼 지내고 있다고 한다.
2008년 8세 여아를 강간한 조두순 사건이나 작년에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는 강력 범죄들이 수도 없이 발생하지만 경과 상황을 보면 그저 분노와 허탈함이 치밀 뿐이다.
조두순은 어린 나이의 피해자에게 인공항문 착용 등의 극심한 영구 장애를 입혔음에도 고령의 나이와 알콜 중독에 의한 심신장애 상태를 인정받아 결국 징역 12년밖에 선고 받지 않았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 양은 피해자를 유괴 후 살해, 화장실서 사체를 훼손하고 쓰레기 수거함에 유기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사회를 경악시켰으나 ‘소년법 특례 규정’을 적용 받았다. 심지어 ‘공범’에서 방조범이 된 박 양은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으로 감형되기도 했다. 이처럼 강력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미성년자, 심신 미약 등 갖가지 이유로 형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영화 속의 직쏘에게 잡혀온 수많은 희생자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에 해를 가해서 죽음의 게임을 벗어나거나 두려움에 죽음을 택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소 물렁한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오늘날, 강력 범죄자에게 ‘인과응보’와 같은 심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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