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전 미룸갤러리서 열린 홍성담 화백의 '봄이 새긴 얼굴들'전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홍 화백이 발언하고 있다. |
지난 11일 오후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자리한 미룸갤러리에서 홍성담 화백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오후 3시 홍 화백의 개인전 '봄이 새긴 얼굴들' 전시 오프닝이 열렸다. 전시는 하루 앞선 10일부터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기념하고자 기획됐으며 이날 행사에는 대전 문화계 인사들과 시민 20여명이 참석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홍 화백은 이번 전시작품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홍 화백은 "5·18을 담은 사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며 "광주 이야기를 말로만 할 수가 없어 그림을 여러 장 찍을 수 있는 판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판화 작품들은 선교사들을 통해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 전시되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홍 화백은 "당시 복사기가 없어서 판화가 필요했다"고 창작 계기를 털어놨다.
홍 화백이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작품 속에는 비탄보다는 환희에 차 있는 민중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5·18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한 작가의 의도다. '헌혈행진-얼굴을 마주하고'에는 총을 멘 청년들의 환한 미소와 딱총을 든 어린아이의 짓궂은 얼굴이 묘사된다. '횃불행진'에는 사람들의 희망찬 발걸음이 가득 차 있다.
홍 화백은 대담에서 대전과의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1990년도 교도소 복역 당시 대전교도소로 이감돼 4개월간 그림 실력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홍 화백은 "서울 교도소에서 옮겨 와 대전교도소 재소자들과 이질감 없이 지냈다"며 "당시 재소자들에게 그림을 그려 주면서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담뿐 아니라 공연과 시 낭송, 사인회가 곁들여진 문화 행사로 치러졌다. 아담한 규모의 갤러리가 문화사랑방이 된 듯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참석자들은 인사를 나누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전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미숙 시인(54)은 "당시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도들이 일으킨 폭동인 줄로 알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친구나 친척들이 겪은 우리 모두의 일이었다"고 밝혔다.
지역 예술가들이 다수 모인 행사답게 홍 화백은 참석자들과 스스럼없이 예술계 소식을 주고받았다. 1994년에 미술잡지 '미술세계'에 홍 화백에 대한 평론을 게재한 바 있는 김재영 칼럼니스트는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김재영 칼럼니스트는 "홍 화백의 작품이 전시돼 지역 간 문화의 벽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고 참석 동기를 드러냈다.
대담 후 작가 사인회를 끝으로 행사는 막을 내렸다. 참석자들은 자리를 떠나기 전 전시장을 다시 둘러보며 작품의 의미를 새겼다. 자신을 미술 애호가라고 밝힌 양 모(27) 씨는 "5·18이 단지 절망의 순간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든 희망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미룸갤러리 김희정 대표는 "전국 작가 지회에 홍성담 작가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이렇게 의미 있게 5.18을 기념하게 돼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효인·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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