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작은 행복이 주는 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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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작은 행복이 주는 큰 행복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5-11 16:5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전 주 수요일 저녁 늦은 시간 모 종편에서 방영되는 예능프로그램은 정말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무작위로 초인종을 누르고 그 집에 들어가 식사를 같이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요즘 이웃끼리 교류나 소통도 없고, 가끔은 층간소음이나 갈등으로 폭력이 발생하고 심지어 사람이 다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감동과 재미를 주는 그런 프로그램이라서 즐겨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방영된 내용은 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40대 초반의 독신남이 10년이 넘게 영화배우를 꿈꾸다가 그 꿈을 접고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자신만의 행복을 말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 그 출연자는 집도 없이 동료와 선·후배 집을 전전하며 정말 힘겨운 노력을 했지만 큰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배우의 꿈을 접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반지하 방에서 살다가 이제 비록 월세지만 오피스텔로 이사하여 이제 정말 행복하다고 합니다. 자신이 고생한 경험과 지금의 행복을 말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과장된 것이 아니라 진실한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남들이 볼 때 아무도 없는 한 칸짜리 오피스텔로 귀가하는 것이 슬프고 외로울 수도 있지만, 그는 이 방이 자신만의 궁전이고 혼자서 창을 통해 밖을 보며 즉석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깨끗한 샤워 부스에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 따듯한 물줄기를 맞고 있는 것도 꿈만 같고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도 했습니다. 비록 혼자 마시는 소주 한잔이지만, 자신의 따듯하고 아늑한 방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처음 느끼는 행복이라고 합니다. 이런 행복을 처음 느끼며 이런 행복을 이루어낸 자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방송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에게는 사소하고 어쩌면 당연한 일상이 다른 누구에게는 꿈에서나 있을 수 있는 간절한 소망이고, 그 소망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 평소에 그냥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모든 것들 조차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고 그것들이 바로 그분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것 말입니다. 이 방송을 보면서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며 누리고 있는 것, 내가 평소에 소홀히 한 것들이 그 분에게는 너무도 소중하고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었고, 이제 겨우 그것들 중 몇몇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루었다는 것에, 그리고 그것들을 너무나 소중하게 경험하고 만끽하는 행복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에 내 자신의 초라함과 창피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 때문에 행복을 찾고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비록 불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남들은 모두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하는데 왜 나만은 행복하지 않다고 자책하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일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이미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초라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얻을 때까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부족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비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돈이라는 것도 그렇고, 명예나 지위. 또는 사회적인 명성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그렇고, 어쩌면 이런 모든 것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비해 이미 충분하고 넘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우리 스스로를 불행으로 내 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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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고, 우리가 향유하는 것들이 남들에 비해 결코 작거나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갖지 못하고 향유하지 못하는 분들에 비해서는 정말 많고 또 큰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을 슬퍼하고,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도, 혼자라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이 있는 것이고, 가지지 못해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격하하고 스스로를 행복하지 못하다고 비하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행복이라는 것은 저 멀리 이룰 수 없는 곳에 있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에게는 가치 없고 보잘 것 없는 사소한 것이라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고 그것이 있기에 행복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낡고 작은 다 떨어져 가는 옛 수첩은 나만이 가진 나의 과거이고 그 속에서 그 과거 속의 행복여행을 떠날 수 있기에 행복한 것일 수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슬프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 소중한 나만을 위해 요리하는 그 과정이 행복한 것이고, 그 결과 밥상에 놓인 김이 솔솔 나는 따뜻한 나만을 위한 한 공기 쌀밥은 나의 건강과 행복을 주는 영양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막연한 행복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그것은 어쩌면 진정한 행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내게 행복이라는 것은 내 주변에 있는 남이 뭐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내게 작은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행복이 결과적으로 내 삶의 행복을 쌓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스스로에게 행복을 주는 것들이 내 주변에 너무도 많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친구가 있어 행복하고,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고, 내 말을 들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이런 작은 행복들이 모여 결국 큰 행복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작은 행복이 모여 큰 행복을 이루는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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