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면에서 예술은 지극히 주관적인 데서 출발하여 객관성을 획득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나 결과물이지요. 주관과 객관, 둘의 조화이기도 합니다. 누구라도 객관화 시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입니다. 작가나 평론가, 전문가라 하더라도 의도와 달리, 자신의 취향이나 판단기준으로 재단하기 쉽습니다. 감상자의 느낌이나 생각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거나 차단하면 안 되겠지요. 감상은 작품을 통해 미적 쾌감이나 즐거움을 얻기 위함이요, 또 다른 창작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거나 상상력을 다채롭게 할 수는 있겠습니다. 예술성에 대한 조명, 작가 내면세계나 의도, 작가와 작품의 시대 배경, 작품 주제나 소재, 제작방법이나 과정 등을 설명할 수 있겠지요. 이해하고 보면 흥미와 애정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감상자의 창조력이나 상상력을 동반한 느낌입니다. 자신의 생각, 곧 본인 기준에 의한 평가이지요. 우리 감성이나 이성은 양극지향성이 있답니다. 예술 감각은 대상을 접할수록 고품격이 됩니다.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합니다. 감상이 예술 활동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말씀이지요.
아직 흡족하진 않지만, 전시관, 공연장, 박물관 등 우리주변에 문화예술시설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그나마 갈 때마다 텅텅 비어 있더군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고품격으로 만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문화예술을 만나세요.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열려있답니다.
오래전에 발표한 필자의 졸시 입니다.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까 해서 옮겨 봅니다. 조선후기 화가 김홍도(金弘道, 1745 ~ ?) 그림 '빨래터'(종이에 담채, 27 × 22.7Cm, 국립중앙박물관)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
김홍도 풍속화 '빨래터' |
-날 풀리고 봄 물 녹아내리자하나 둘 함지박 이고 나와 물가에 둘러앉는다속 고쟁이야 뵈던 말던치마 한껏 걷어 부치고썩썩 비누 문대시집살이 설움 바르고지난밤 아쉬운 춘정도 얹어사정없이 두드린다물에 발 담그고옷가지 휘휘 휘둘러살림살이 쥐어짜듯흔들어 가며 꼬아 짠다젖통 부여잡고 보채는 젖먹이아무렇게나 뒤로 밀치고풀어헤친 긴 머리 손질하며모양내기 정신없다입은 입대로 구시렁구시렁온 동네 이야기 마구 섞인다정겨운 웃음소리 고샅을 누빈다남정네들 사랑방보다 더 속 깊은이야기꽃이 만발하는 곳산정말 빨래터너럭바위 뒤에서백옥 같은 허벅다리 속살 훔쳐본다납작 엎드려 눈에 불을 켜고 본다오늘은검은 물길마저 자취를 감춘텅 빈 빨래터 부질없이 봄바람만 맴돈다 숨지 않아도 보는 이 없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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