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산계리 토성, 신라시대 서북진 거점성 중 하나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산계리 토성, 신라시대 서북진 거점성 중 하나

제45회 산계리토성(山桂里土城=屈山城? - 청성면 산계리)

  • 승인 2018-05-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옥천산계리토성전경
옥천 산계리 토성 전경/사진=조영연
보은에서 영동으로 가는 19번 국도에서 1km쯤 서쪽 심천 방면 505번 지방도로 산계리로 들어가면 청성초등학교 맞은편 산성마을 낮은 구릉상에 산계리토성이 자리잡았다. 신라의 서북진 거점성 중 하나다. 이 지역은 신라 상주부(上州府)의 굴산현(屈山縣 一云 ?山)으로 고려 초에 청산(靑山)으로 불렸던 땅이다. 「문화유적총람」에 "옥천군 산계리 성지. 부락 동쪽에 삼태기형 토성. 현재 흔적도 없으며 농가가 있음" 등으로 기록된 것이 이 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의 동과 남쪽 부분은 報靑川이 해자를 이루며 강변 낭떠러지가 동벽과 남벽을 이룬다. 서쪽과 북쪽은 낮아지며 마을 방면으로 연결된다. 대체적으로 東高西低의 형태를 이루며 서벽 아래로는 민가와 들이 보청천까지 이어진다. 북쪽으로는 건너편 저점산 기슭과 사이 골짜기에 청성면 소재지가 위치하여 민가들과 면사무소 등이 들어섰고 505 지방도로가 통과한다.

만여 평의 평지가 분지(고로형)처럼 오목하게 형성된 산계리토성 안에는 과거 성안부락에 우물과 대여섯 채의 민가가 현존했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 그 주변은 거의 꼭대기까지 경작지로 변했으며 땅 주인들인 성주 전씨(星州全氏)들의 민묘가 많이 산재해 성으로서의 유지는 찾을 길 없을 뿐더러 성벽도 거의 붕괴된 상태였다. 북문지 안 민묘 부근 평탄지가 일제가 신사를 세우려다 해방으로 실행치 못한 터라고 촌로는 전한다. 성벽은 분지 주변 천연적인 둔덕 위에 지세를 따라 바닥을 석축으로 단단히 다진 뒤 다져쌓기로 토축했다. 2003 지표조사 결과 석축 위에 진흙과 마사토를 다져 올린 판축 토성임과 동쪽 무너진 부분에서 일부 석축한 흔적이, 동,서, 남 모서리마다 설치했던 치성들은 거의 원형을 잃은 상태임이 드러났다.

성의 규모는 둘레 약 1.5km(지표조사는 1.1km)의 비교적 큰 성으로, 붕괴가 심한 가운데서도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한 북동과 북서쪽은 폭 2m, 높이 5, 6m 정도로 능선의 바위와 바위를 이어가며 주변을 둘러싸 튼튼히 함으로써 성안은 분지 형태를 이룬다. 동쪽과 남쪽은 강변으로 경사가 심한 낭떠러지여서 근접하기 어려운 상태다.



험한 동벽에는 바위 밑에 밖에서 적이 들어오기 극히 어렵게 성문을 설치했다. 동북쪽 최정상에 장대지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고문헌 상에는 성내에 창고가 있었다고 기록됐다. 그것은 이 성이 현의 치소 성 관계였음을 암시해 준다. 서문지는 현재 통행로가 되어 성안마을에서 성밖 마을로 내려가는 V자 형의 골짜기에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창고가 있었다는 성안은 상당히 넓고 삼태기 안처럼 아늑하여 다수의 건물이나 시설들을 갖춰 군사나 치소 관련 임무를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음 직하다.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분지 안에 의외로 넓은 평야지대가 있어 군량 확보 등의 유리한 점도 지니고 있다.

토성 인근에는 삼국 시대 군사적 사실(史實)과 관련된 지명들이 여럿 있다. 서남쪽 보청천 건너 1km 지경에 弓村里 즉 예전에 활을 만든 곳이어서 우리말로는 활골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활골에서 약 3km밖 남쪽에는 '장군재'는 김유신과 무열왕이 백제 공략을 위해 출군할 때 삼년산성에서 하루를 묶고, 굴산성에서 하루를 야숙한 다음 유신은 사비로, 무열왕은 금돌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작별한 고개, 동쪽 성벽 아래 19번 국도상에 '護軍재'도 있다. 또 이 토성의 북벽 아래 청성면 소재지 건너 1km 지점에 저점산(313m) 석성이 있어 낮은 지대에 있는 이 치소성을 군사적 방어성으로 보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들로 보아 이곳이 신라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지역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지리상으로 볼 때도 청산은 삼년산성이나 금돌성과 불과 오륙십 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하룻길이며, 옥천 관산성 방면, 심천-영동-양산 대왕성(助川城?)-금산 진동산성 방면으로 큰 장애 없이 사비에 도달할 수 있는 길목에 이 산계리토성이 위치했다. .

이 산계리 토성을 굴산성(屈山城)으로 비정하는 것은 여러 자료들에서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각도읍지목록 등의 자료를 통해서 볼 때 현재의 청성면이 과거의 청산현이었고, 그 현소가 여기에 있으며 청산현이 경덕왕 16년(757) 이전까지 上州府 屈山縣이었기 때문이다. 굴산성의 초축 기록은 없으나 소지마립간(炤知麻立干) 8년 정월에 이찬 實竹을 장군으로 삼아 一善(현 善山) 지방의 장정 3천을 징발하여 삼년산성과 굴산성을 개축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을 뿐이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