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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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와서

  • 승인 2018-05-09 18:19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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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왔습니다. 전주영화제는 부산영화제보다 규모는 작지만 독립영화, 대안영화의 기치를 걸고 알차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시 당국과 영화제측, 그리고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지 않고는 이렇게 잘 되기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에 한옥마을 등 관광 매력과 특유의 먹거리까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가 많고, 우리나라에도 여러 영화제가 있습니다. 이들 영화제는 각기 다양한 특징을 지니지만, 평소 만나기 힘든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투자사와 제작사, 배급사와 영화관으로 이어지는 통상적 영화 제작 및 유통 과정에서 핵심은 돈입니다. 투자와 수익 창출이라는 면에서 영화는 산업입니다. 그래서 흥행이 중요합니다. 흥행될 만한 작품이 투자를 받고, 흥행된다 싶은 영화가 스크린을 대거 장악합니다. 지금도 특정 영화가 한 극장의 여러 상영관에서 동시에 상영되고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진행되는 극장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영화제 기간 중 <어벤저스> 상영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거액의 제작비가 든 작품들은 관객들의 기호를 고려합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많은 관객을 동원해야 하므로 취향과 선호를 평균적으로 통일시킵니다. 또한 관객들의 정서를 이끌고 갑니다. 그러니 관객은 생각도, 감정도 영화가 주도하는 대로 맡깁니다. 블록버스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상업 영화들이 대체로 다 그렇습니다.

영화제에 나오는 작품 중에도 상업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작품들이 영화제가 아니면 접하기 어렵습니다. 이들 작품은 거대 관객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나고, 관객 역시 일반적 취향이 아니라 저마다 섬세한 감성적 경험을 누리게 됩니다. 저 역시 한국장편영화경쟁 부문에 출품한 박근영 감독의 <한강에게>(2017)를 봤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연인을 잃은 젊은 시인의 슬픔과 사랑이 애절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었습니다. 유명 감독의 작품도 아니고, 유명 배우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주 생생하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주영화제는 곧 막을 내립니다. 인구 65만의 지방 도시가 치르는 멋진 영화제가 참 부러웠습니다. 다가올 여름이며 가을, 영화제 여행 한 번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김대중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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