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정도가 아니다. '지방 없는 지방선거'는 언급하는 것이 입이 아플 만큼 '오래된 역사'가 됐다. 지방선거의 한계라며 일정부분 체념한다 하더라도 6.13 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는 그 심각성이 너무 크다. 이슈도 없고, 정책도 없고, 무관심의 '3無 블랙홀'에 빠진 교육감 선거. 더도 말고 딱, 대학입시 설명회만큼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욕심인가? 내 아이가 학교에서 더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참 스승님' 이 뜻을 곧추 펼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감 선거가 과연 이렇게 치러져도 괜찮은 것인가?
3무 선거를 초래한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교육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굵직한 대형 이슈들 때문이다. '6.13선거엔 문재인 대통령만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이번 선거는 지방이 빠진, 중앙 차원의 이슈가 선거 국면을 좌우해오고 있다. 개헌문제와 동계올림픽, 남북회담에 이어 북미회담까지 너무 숨 가쁜 이슈들이 선거 국면을 관통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안희정 쇼크'까지 한몫하며, 교육감 선거는 애초부터 '없는 선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대학입시 정책방향'이라는 교육분야 대형 이슈가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는 시도교육청의 교육정책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무상급식 확대 문제나, 도·농간 교육격차, 성별 교사 불균형, 소외학생들에 대한 교육정책 등 학교 현장의 교육정책을 모두 잠식하는 이슈이다.
많게는 한 지역에서 8명을 뽑아야 하는 이번 지방선거의 구조적인 문제 역시 교육감 선거를 들러리로 내몰고 있다. 교육감, 시도지사, 시장군수,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광역·기초 비례의원에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까지 해야 하는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도 벅차다. 정당을 등에 업고 정치적 선전선동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다른 선거에 비해 교육감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가 '종속 논란'속에서도 갈수록 힘을 얻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직 교육감들의 '만만디 전략' 도 '3무 선거'를 부채질 한다. 예비후보로 나선 경쟁 후보들 보다 앞선 인지도에 현직 교육감들은 큰 탈이 없는 한 상당한 '체력과 무기'를 비축하고 링에 오른다. 경쟁 후보들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현직 교육감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공식 후보등록 기간까지는 최대한 조용히 기다린다. 지방 교육청의 교육정책, 현직 교육감이 교육 공약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 교육정책의 잘잘못을 논하는 공론의 장을 기대하는 것은 대나무 밭에서 수박을 찾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다. 정책이 없으면, 이슈도 없고, 문제제기가 없고 논쟁의 여지도 없다. 논쟁이 없는데 교육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24일과 25일이 공식 후보등록 기간이다. 누가 언제하느냐가 관심이 아니라 누가 가장 늦게 할지가 오히려 더 궁금한 상황이다. 15일 스승의 날이 지난 후 대부분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선거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25일 공식후보로 등록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슬며시 왔다 슬며시 가는 마치 '유령 같은' 교육감 선거는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냥 무관심속에 진보와 보수 후보 교육감이라는 타이틀만 있다. 우리 교육이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교육감을 뽑는 선거는 아직도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들을 보며, '맛있는 교육감 선거'를 할 수 있는 날은 기대하기 어려운가? 선거가 끝나더라도 교육감 선거 문제는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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