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대부분이 지방선거 공천 원칙을 클린(clean)공천으로 밝히며 후보자 특히, 자치단체장 후보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후 지역의 여론과 당정협의회 운영 상황 등 다양한 평가를 종합해 후보자를 선발해서 출발선에 세웠던 것이다.
그럼 보자. 각 당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깨끗한 후보를 엄선해서 공천하겠다는 이 말 '클린(clean)공천'.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재산 은닉, 각종 투기, 청탁, 각종 방식의 해당 행위, 당의 정체성을 훼손한 발언과 행동, 불법이 아니더라고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행위 등, 이에 해당되지 않는 자를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위의 기준 말고도 중앙당에서 들이대는 잣대는 얼마든지 많고 요구사항도 가지가지다. 이런 기준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걸려들지 않을 후보가 어디 있겠으며, 최종적으로 남아 선수로 뛸 후보자가 어디 있겠는가? 역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과 지방의원들, 또한 중앙부처의 고급 관리들에게도 이 잣대를 대보라. 살아남을 자 누구인가? 그래서 조조의 인재 등용하는 법을 가지고 훈수를 두려 한다.
첫째, 조조는 훌륭한 목수는 좋은 연장을 쓴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좋은 연장은 훌륭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말한다. 그러나 훌륭한 재능을 가졌다 해서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는 용맹하였으나 음주가 흠이었고, 주유는 아는 게 많고 학식도 풍부했으나 언제나 그의 자존심으로 인해 스스로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또한 한명회나 유자광은 재능이 많았으나 그 야비한 성격 때문에 화를 입었고, 한신은 재능은 출중했으나 귀가 엷은 게 흠이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넀던 인재들이 미투에 걸려 줄줄이 쇠고랑을 찬 일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흠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로 볼 때 역사적으로 뛰어난 인재들도 재능과 결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재범유무에 따라 인재를 골라써야지 클린공천의 잣대를 가지고 공천 한다면 과연 이에 적용될 대상이 얼마나 될까?
둘째, 조조는 세상이 곧 나의 스승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요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보라. 클린 공천에 걸려들지 않는 깨끗한 사람이 행정이나 정치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위 공천 잣대로 잰다면 당연히 박근혜 전 대통령도 걸려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부릴 줄 몰랐던 것이다. 권좌에 앉는 사람이라면 적재적소에 사람을 쓸 줄 알아야하며 부릴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클린의 기준을 통과한 그는 사람을 부려 쓸 줄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인재를 등용하는데 그 사람의 도덕에만 얽매여 평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조조는 말했다.
"아침을 알리지 못한 닭도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한 번 울고 싶은 법"이라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품행이 좋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것에 얽매여서는 안 되며,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다시 말하면 용광로 속에 자주 들어간 쇠가 강철이 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중시하는 조조의 정치철학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으로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던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조조는 귀중한 것일수록 얻기 어렵다고 했다.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얻은 제갈량을 보라.
중국의 삼국시대에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남양(南陽) 융중(隆中) 땅에 있는 제갈량(諸葛亮)의 초려를 세 번이나 찾아가 자신의 큰 뜻을 말하고 그를 초빙하여 군사로 삼은 인재가 바로 제갈량이다. 이처럼 인재를 얻기 위해선 참을성 있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법. 이렇게 모셔온 제갈량은 모든 일 처리가 분명하고 착실해서 위로는 유비 삼형제의 신임을 받고 아래로는 수많은 병사들에게 존경 받은 인물이었다. 귀한 인물을 얻으려면 클린 공천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인물을 찾아 삼고초려 심정으로 했어야 한다.
유비나 조조는 자신들을 도와 천하를 제패할 인재들을 돈 보따리 들고 오거나 과거 한두 번의 실수도 없던 자를 찾지 않고 각 분야에서 능력 있는 자를 찾는데 주력했고, 모셔온 뒤로는 진심으로 그들을 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6.13지방 선거.
이제 코앞으로 다가 오고 있다. 과연 클린공천의 잣대를 들이대 선발된 선수가 얼마나 능력을 발휘 할 것이며, 공천에서 탈락된 선수들은 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전투구처럼 벌어지게 될 것이다. 기대가 크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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