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권득용의 시 '5월' 일부
오늘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효사상의 미덕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 기념일인 어버이날입니다. 1956년 '어머니날'로 제정되어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확대 시행되고 있지요. 올해는 어버이날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는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물리적 경제적 부담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내년으로 미루어졌습니다. 사실 공휴일 지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국회통과 없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관보에 게재하면 바로 시행되지만 우리에게 당연시 됐던 '효'의 정신문화가 임시공휴일이라는 특별이벤트로 전락돼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일찍이 율곡 이이는 '천하에 내 몸이 가장 귀하니 나를 있게 한 부모님의 은공을 잊을 수 있으랴' 했고, 공자께서는 인간답게 사는 덕으로 인(仁)의 실천이 '효'라고 하였지요. 그러나 사회 경제적 어려움으로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 포기, 더 나아가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주가 팽배하여 일과 개인의 삶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나, 한 번뿐인 인생 즐기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파티(amor fati)를 추구하는 삶 속에서 이제 '효'는 유교의 경전에서나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듯 '효문화'가 퇴색되고 상실되어 가는 이면에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정부의 출산 억제 정책이 한몫하였지요. 모든 가정에서 하나만 낳아 오냐 오냐 하면서 키우다 보니 어릴 때는 애물단지였고 커서는 자신밖에 모르는 상전(上典)이 되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부모들은 자식 눈치를 보며 사고나 치지 말고 나쁜 짓 하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기를 바랐으나 나이 사십이 넘어도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자식 때문에 속은 새까맣게 타지만 겉으로는 늘 부처처럼 허허 웃고 있지요. 그 와중에 언감생심 효도하기를 바라겠습니까.
예로부터 자식농사는 어렵다고 하였지요. 세간에는 잘난 자식은 나라자식이고, 장가가면 사돈자식, 그리고 못난 놈은 내 자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요즘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한진 오너 일가의 갑질을 보면서 명심보감 훈자편에 나오는 '황금백만냥을 모아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씀에 백번 공감을 합니다. 그래도 부모는 늘 자식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부자자애(父慈子愛)하는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실천하고, 자식은 부모님에게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인 섬김과 공경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복원해야 할 '효문화'의 본질이 상호공경의 정신문화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직도 '효'는 한국의 정신문화의 근간이며 가정의 윤리이고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전에는 1997년에 개장된 효문화테마공원인 뿌리공원에 244개 성씨의 조형물과 한국족보박물관이 있습니다. 또한, 전국 최초의 효문화체험 교육기관인 대전효문화진흥원이 있지요. 신록이 푸른 5월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이곳을 다녀오는 것도 건강한 가족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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