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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어른이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능력이 다수 있습니다. 성장하면서 그 능력이 사라진답니다. 일본 시찌다마코토(七田眞) 박사는 그를 재능체감의 법칙이라 하더군요. 태어날 때 누구나 가지고 있던 탁월한 천재 능력을 8세경까지 대부분 급속도로 잃게 되고, 처한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미미하게 남은 능력을 가지고 살게 된답니다. 인간 본연의 뛰어난 능력을 유지시키고 개발하려는 노력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한 노력의 산물로 탄생한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도구도 많이 접하게 되더군요.
아이들 대하다보면 순진무구한 무한한 상상력에 놀라곤 합니다. 소소한 우리 언행이 천재성을 감소시키거나 말소시키지나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10세 전후까지 어린이라 하고, 20전까지 청소년, 이후 청년이라 하지요. 의학계에서는 성장기에 있는 25세까지 소아라 부르더군요. 모두 아이로 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청소년 사회교육기관을 논할 때 흥사단과 YMCA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월남 이상재(月南 李商在, 1850.10.26. ~ 1927.03.29.)선생은 YMCA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이상재 선생은 동양전통 인애仁愛의 윤리를 본으로 하고 서구물질문명을 수용하는 동도서기적東道西器的논리와 자세를 견지하였습니다. 변절하지 않고 일제와 타협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독립운동가 중 한 분입니다. 청소년 관련 일화 하나 소개합니다. 이상재선생을 모셨던 분 이야기라 토씨는 틀릴 수 있겠습니다.
이상재 선생이 아이들과 지나치게 격의 없이 지내자, 그래가지고 아이들이 배울게 뭐 있겠느냐고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선생은 염려하는 사람에게 "나이 먹은 내가 젊어져야지, 아이들 보고 어서 늙어지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 하였답니다. 요즘 말하는 눈높이 맞추기이지요. 아이와 눈높이 맞추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능력을 우리 자신은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눈높이 맞추려는 노력은 우리 스스로 젊게 만드는 노력이니 얼마나 소중한가요? 선생이 기성세대에게 외친 한마디 더 옮깁니다. "노인이 노인으로 있지 말고 노년의 청년이 되어 진취적인 자세로 모든 정열을 쏟아 하루빨리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주민족국가를 만들자."
두말할 것 없이 어린이는 국가사회 미래요 희망이지요. 어린이를 사랑하고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한 범국민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어린이날을 제정하였답니다. 어린이날이 만들어 지던 1922년은 일제 강점기였어요. 당연히 민족정신 고취하는 뜻이 담겨 있었지요. 처음에는 5월 1일로 기념일을 하였다가, 1928년 5월 첫째 주 일요일로 변경되기도 하고, 1937년 일제에 의해 강제해산, 기념행사가 중단되기도 하지요. 해방이후 다시 시작하면서 5월 5일이 되었는데요. 다시 시작한 1946년 첫째 일요일이 5월 5일이었답니다.
어린이날 하면 소파 방정환(小波 方定煥, 1899.11.09. ~ 1931.07.23.)선생이 먼저 떠오르지요. 선생에 대한 자료 살피다 보면, 32년 짧은 삶에 어찌 이리 많은 일을 하였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동화 창작, 번역, 구연 등과 아동예술 강습, 전람, 강연 등 요즈음 시행되는 어린이관련 프로그램 대부분 방정환 선생이 처음 창안하고 시도한 것들이더군요. 숨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해마다 70회 넘는 동화구연과 강연 때문이랍니다. 전국 순회 행사 강행으로 인한 과로로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되어 병사하였답니다. 아동복지와 지위향상 위해 일생 불같이 살다 간 찬란한 삶에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어린이날로만 끝나서는 안 되겠지요? 이상재 선생이나 방정환 선생 같은 뜨거운 애정, 열정은 아니더라도,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참사랑 가득한 나날이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다짐해 봅니다.
부모가 되기는 쉽지만 좋은 부모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나 어른이 되지만 훌륭한 어른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부모, 훌륭한 어른이 되는 방법 하나가 어린이와 눈 높이를 맞추는 것 아닐까요? 우리 스스로 아이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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