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오픈을 하루 앞둔 3일 이응노미술관에서 참여작가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갑재 작가가 이번 전시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이응노미술관은 오는 7월 1일까지 고암 이응노가 작가로서 가졌던 생명력과 자생의식을 이어받은 대전 작가 5인(노상희·복기형·윤지선·윤갑재·이성희)을 소개하는 '2018 이응노 오마주 : 땅 담벼락, 눈雪 살갗에 그리다'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땅 담벼락, 눈雪 살갗에 그리다'는 1971년 파리에서 열린 파게티 갤러리 개인전 도록 서문에 실린 문구다.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현민 큐레이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이의 연장 선상으로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본능과 그 사유에 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전시 제목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소제창작촌에 재직 중인 유현민 디렉터를 협력 큐레이터로 초빙해 기획됐다. 지역 작가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장소를 반추하며 완성된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게 하면서 새로운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고암 이응노는 갑작스러운 외국행이나 교도소 수감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다양한 재료와 조형적 기법을 사용해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이러한 시도는 자신이 처한 환경과 배경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의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역시 이러한 점에서 고암과 맞닿아 있다.
이갑재 작가는 "이응노와 그의 작품을 존경하는 마음과 전시에 대해 생각하다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가 처음 시작한 미술 분야에서 계속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고암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상희 작가 역시 "수감 중 밥풀로 작품을 만들었던 걸 보면서 작업에 대한 열정과 하나의 매체에 국한되지 않았던 작가란 걸 느꼈다"며 "컨템포러리 아트란 게 알려진 거나 효과적인 걸 쓰는 게 아니라 동시대에 벌어지는 상황을 예술로 표현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상황 안에 국한되지 않고 그 한계를 벗어나려고 하는 지점에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각 전시장에는 초청된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소통, 화합을 의미하는 이응노의 작품이 배치됐다. 대전에서 진행 중인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함께 이응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1전시실에는 이갑재, 복기형, 노상희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갑재는 왁스코팅된 실을 이용한 드로잉, 커팅과 같은 북아트와 함께 실크스크린이나 에칭 같은 판화의 기법을 동시에 하나의 작업에 담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선 창문, 집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복기형은 일상의 사물들을 비틀어보기, 혹은 다르게 보기를 목적으로 한 작품들을, 노상희는 여성들이 겪는 경험을 소재로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노상희, A huge world, wood, el tape, 850x450x240cm, 2017 |
윤지선, rag face #17006-1, 106x73cm, Sewing on Fabric and Photography Approximately, 2017 |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대전 미술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가고 있는 다섯 명의 작가들을 통해 이응노를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역 예술 발전의 근간에는 이응노미술관과 지역작가들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작가들에게 많은 관심과 뜨거운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babas23@
이갑재, 가벼움의 시대, Cutting, Wax on thread, Acrylic on paper, 100x70cm, 2017 |
이응노, 군상, 50x25x20cm, 나무,한지,풀, 1974 |
이응노, 군무, 22.5x17.5cm, 한지에 수묵, 1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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