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기자 |
맛있는 만두를 먹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젓가락을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현지인으로 보이는 주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웃으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워낙 지진이 잦은 나라다 보니 이곳 사람들에게 이 정도 흔들림 쯤은 일상인 듯했다.
"만약, 대전에 강진이 덮친다면?"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서 생각해 봤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가 지진 같은 자연 재해에 굳건하게 버텨낼 수 있을까. 대답은 '글쎄'다. 경주 5.8, 포항 5.4 지진에도 큰 피해를 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전에 수명이 30년 넘은 공동주택(30세대 이상 기준)이 16.7%를 차지했다.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전 시내 소재 건축물 중 81.7%(연면적 기준)가 20년 이상 된 건물로 노후화가 심각하다. 이마저도 구도심과 원도심으로 나뉘어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중구나 동구는 80%에 육박하는 반면 유성구는 32.3%에 불과했다.
학교시설도 1542곳 중 30년이 넘은 건물 수는 모두 300개 동으로 전체의 19.4%를 차지했고, 20년 이상을 포함할 경우 611개 동으로 39.6%에 달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전세종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리서치를 통해 공개됐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시민 절반 이상이, 학교 10곳 중 4곳의 학생들이 '잠재적 재난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구 결과다.
어차피 건축물은 시간이 갈수록 낡고 노후화 돼 그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이나 대형 건축물, 학교의 경우 지진 등 재난 발생 때 인명피해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지자체 차원에서 노후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낡은 시설을 보수하는데 투자를 더 늘리고, 새롭게 들어서는 공동주택과 건축물의 내진, 배수 등 설계를 강화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재해는 언제 닥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투자, 늦으면 늦을수록 위험은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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