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상처 입은 용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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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상처 입은 용의 미소

  • 승인 2018-04-30 09:17
  • 신문게재 2018-05-01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안성혁
안성혁 작곡가
1830년 20살에 폴란드를 떠나는 음악가. 그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간직하고자 친구들이 은잔에 채워 준 폴란드의 흙을 품고 파리로 향했다. 그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었다. 그는 폴란드의 어려운 소식을 듣게 된다. 이를 걱정하며 그는 폴란드 민속춤곡 폴로네즈와 마주르카를 여러 곡 작곡한다. 마주르카는 그가 죽을 때까지 작곡했다. 그가 죽고 1년 뒤 그의 기념비 제막식 때 그가 폴란드에서 가져온 흙이 그의 무덤에 뿌려졌다. 그는 그렇게 폴란드를 간직한 채 파리에 안장됐다.

다른 작곡가들의 애국심.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자립을 응원하기 위해 교향시 핀란디아를, 이탈리아 독립과정에서 베르디는 국민에게 큰 힘을 준 합창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나오는 오페라 '나부코'를 작곡했다.

이렇듯 음악가들의 애국심은 조국에서 자라며 얻은 감성과 음악성 또 같이 살아온 민족에 대한 사랑에서 생겨났다. 풍부한 감성으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한 그들에게 애국심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곁에는 루이제 린저가 '상처 입은 용'으로 지칭한 작곡가 윤이상이 있었다. '상처 입은 용'은 웃을 수 있을까? 작곡가 윤이상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곳에서 국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통영 앞바다를 보며 꿈과 음악성을 키웠다. 일제강점기에 그는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 귀국 후엔 음악가로선 드물게 무장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후에는 학교 교가 만들기 운동을 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히기 위해 유럽으로 유학을 간다.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간다. 군부독재 시절 그는 동백림사건에 휘말려 납치 감금되고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던 중 지휘자 카라얀과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한 많은 음악가의 노력으로 독일로 돌아간다. '상처 입은 용' 상처는 정치적 상처를 말한다.

이후 그는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작곡가로서 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한다. '광주여 영원히', '나의 나라, 나의 민족' 등은 그러한 열망을 담은 곡들이다. 그는 베를린 자택에 작은 연못을 한반도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통영 부근에 대나무를 심고 조국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1995년 11월 3일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베를린에서 영면하게 된다.

그는 민족의 통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보니 자연스럽게 '상처 입은 용' 윤이상이 떠올랐다.

그는 베를린에서 독일의 통독을 경험한 음악가다. 그가 남북정상회담을 봤다면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한반도의 봄 속에서 민족의 통일을 희망하며 환하게 웃었으리라. 상처 입은 용의 미소다. 그렇게 용의 상처가 치료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우내 얼었던 이 땅에 봄이 오듯 우리 민족에게도 통일을 위한 봄이 찾아왔다. 실록이 푸른 산하를 보며 한반도의 봄을 위한 교향시를 작곡하고 싶다.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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