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삶의 가치'를 생각하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삶의 가치'를 생각하며…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4-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가족
게티 이미지 뱅크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그 동안 살면서 이런 사는 것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때로는 고민도 하고 또는 삶에 대한 단편들을 하나씩 맞춰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삶이라는 퍼즐을 완성할 수도 없었습니다.

'사는 것', 또는 '삶'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그냥 주어진 것은 분명히 아니고 '삶'을 사는 주체는 우리이고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삶'을 스스로 만들고 개척하는 것 또한 말과 다르게 쉽지 않습니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서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지난 살아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1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시절 약 30년의 시간은 아주 가끔씩 '삶'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도 진정한 '삶'에 대해서는 사실 잊고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내게 주어진 일이 벅차 그 일을 하느라 '삶'을 생각할 여유가 많지 않았고, 또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고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삶'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삶'이라는 것을 잊고 지내는 동안에도 가끔씩 '왜 이렇게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했지만, 그 질문은 바로 앞에 닥친 일에 묻혀버리고 당장 눈앞의 일에 몰두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 동안 살면서 몇 번 병원에 입원하고 늘 허리 디스크와 통증으로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그 아픔과 고통은 견딜 수 있을 정도였으니 다행히 건강으로 인해 '삶'을 고민해 본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부터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과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다급한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그 동안 살아오면서 요즘과 같이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 적이 없었는데,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들게 된 계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 동안 나 나름대로 '삶'에 대한 가치를 정하고, 그 가치를 위해 다른 것들을 소홀히 한 것이었는데, 그 다른 가치로 인해 내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가 무시당하는 경우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삶의 가치'를 이야기 할 때, 흔히 '돈', '명예' 그리고 '권력'을 말합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돈'이 삶의 중요한 가치가 될 수도 있고, 또 '명예'나 '권력'이 삶의 최선의 가치라고 꼽기도 합니다. 이들 중 어떤 것이 '삶의 중요한 가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아니라고 감히 지적 할 수 없습니다. 이들 가치는 나름대로 각각의 삶에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자신의 최고 가치로 꼽았을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가치가 삶의 최고 가치가 되던 그것을 다른 사람이 평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가치는 그것이 정당하게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얻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부당하게 그리고 바르지 않은 방법을 통해 얻는 돈이나 명예 그리고 권력은 반드시 언젠가는 잃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경우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동안 살았던 삶을 돌아보면 내게도 이런 가치에 대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어렵게 대학을 다닌 것도 그렇고, 장학금을 받고 떠난 유학생활에서도 돈이 없어 물만 마시며 10여일을 견딘 경험도 그렇고, 그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에서 거액의 연봉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게 돈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했지만, 돈을 나의 삶의 가치로 여겨 돈을 위해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 동안 돈이라는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돈은 필요한 만큼 내 스스로 노력해서 얻으려고 했고, 그 보다는 내게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공부하고 늘 생각하고 고민하던 정치적 가치와 정치의 실현을 위해 정당을 만들고 운영에 참여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활동이 결코 권력을 얻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공부한 것을 실천을 통해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이루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활동을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삶의 또 다른 가치라고 말하는 '명예'라는 것은 스스로 얻으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명예'는 내가 만들고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다른 분들이 인정하고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서, 내게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내게 '삶의 가치'는 흔히 말하는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권력은 더구나 아닙니다. 그렇다면 내게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내게 중요한 '삶의 가치'는 바로 어릴 때부터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현실에서 실현했고, 그 동안 공부하고 연구해 온 정치학을 실천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작은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게 필요한 정도 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경제적 가치도 얻을 수 있었고, 나름의 명예를 다른 분들이 인정해 주셨으니 어느 정도의 '삶의 가치'를 실천하고 얻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살면서 느끼는 현실은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정해 놓은 '삶의 가치'의 기준을 허무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경제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여 지금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가치보다도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요구하기도 하고, 그 가치가 부족할 경우 일종의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그 나마 지켜온 명예를 다른 가치를 앞세워 명예보다는 다른 것을 우선시 하고 그것으로 명예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요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갑질의 행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삶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결정에 따라서 사는 것이고, 그 '삶의 가치'는 본인이 정한 기준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람이 그 자신의 가치를 침해하거나 비교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삶의 가치'는 돈, 명예, 권력과 같은 것을 얻고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삶의 질'이 어떠한 것인가에 따라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는 남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노력, 남을 위해 작은 봉사와 양보와 관용을 갖는 삶을 살려는 노력, 혹시라도 나보다 못한 남을 무시하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오히려 그런 분들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삶,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무리하고 불법을 행하지 않는 삶, 바로 이런 것들이 자신의 '삶의 가치'를 실천하고 지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모르게 남아 있는 나의 삶의 가치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이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어떤 부족함과 공허함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나의 '삶의 가치'일까요? 이 물음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와 어떻게 사는 것에 대해서 다시 원점에서 곰곰이 생각해 볼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말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