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대전천발원제, 시민축제로 발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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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대전천발원제, 시민축제로 발전되기를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4-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8회 대전천 발원제가 지난 4월 21일 오전 11시, 만인산환경지킴이(회장 김인승) 주최로 회원 및 시민, 등산객 200여명이 참석한 가원데 만인산 봉수레미골에서 있었습니다.

대전은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산으로 둘러 싸여있습니다. 따라서 작은 물길이 대단히 많습니다. 물길은 골짝마다 자연히 생겨나니까요. 그 많은 하천 중에 대전천, 유등천, 갑천을 대전 3대 하천이라 합니다. 수많은 지천이 모여 하나가 되니, 물길이 시작된 곳 또한 지천 수만큼 많겠지요. 그 중 가장 먼 곳을 일컬어 발원지라 합니다. 갑천은 대둔산 장군약수터가 발원지입니다. 장군봉 아래에서 시작하여 벌곡을 경유, 서구와 유성구 사이로 흐릅니다. 유등천 발원지는 인대산이라 하기도 하고 금산 월봉산이라 하기도 합니다. 갑천과 합류지점에서 가장 먼 곳이 발원지가 되니, 금산 월봉산 계곡이라는 의견이 더 많더군요. 대전천은 만인산 봉수레미골 봉수샘이 발원지입니다. 발원지가 유일하게 대전 관내에 있다는 의미가 있지요.

대전천은 유등천, 갑천과 합류하여 삼천동에서 금강으로 합류, 연장 22.4km에 이르는 지방하천입니다. 대전 역사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구와 동구 사이로 흐르며 구도심 한 복판을 지나고 있어, 대전 시민에게 가장 친숙한 하천이라 생각됩니다.

봉수레미골은 만인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만인산 정상, 정상과 마주보고 있는 정기봉에 아직 봉수대烽燧臺 터가 남아 있는데요, 한성서 오는 소식을, 정기봉 봉화는 경상도 쪽, 만인산 정상 봉화는 전라도 방향으로 전했다는 군요. 봉화 들고 오르는 골짜기라 하여 봉수레미골이라 한답니다. 거기 물 솟는 샘이 있어, 봉수샘이라 합니다.



물이 생명의 근원임은 누구나 알지요. 물은 평상시 액체 상태로 머물다, 기온에 따라 얼음이나 눈처럼 고체가 되기도, 수증기와 같은 액체 상태가 되기도 하지요. 사람은 99% 물이었다가 성인이 되면 70% 정도로 유지, 점점 수분이 줄면 죽게 되지요. 꽤 오랜 기간 물만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없으면 곧 바로 죽음에 이릅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물은 갖가지 교훈도 전해 줍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8장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살 때는 물처럼 땅을 좋게 하고, 마음 쓸 때는 물처럼 그윽함을 좋게 하고, 사람 사귈 때는 물처럼 어짊을 좋게 하고, 말할 때는 물처럼 믿음을 좋게 하고, 다스릴 때는 물처럼 바르게 하고, 일할 때는 물처럼 능하게 하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때를 좋게 하라. 그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물은 낮은 곳으로 임하고서야 바다가 되지요. 서로 아울러 큰 뜻을 이룹니다. 물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낮은 곳을 다 메우고서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물은 수평을 이루기 위해 흐릅니다. 항상 서로 동일한 높이를 유지하지요. 자연 상태 물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되 정화시켜 바르게 합니다.

대전천이나 물이 우리에게 주는 각종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현대에 제사祭祀 의미는 잔치입니다. 더불어 제사 대상의 뜻을 되새기고 기리며, 고양시키고 감사드리지요. 자연에 감사제를 올리는 것은 퍽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공동제사는 국태민안國泰民安, 참여 지역과 지역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 주였습니다.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며, 물의 소중함과 더불어 자연의 귀중함을 일깨우고, 보전에 힘쓰도록 상호 독려하는 일이야 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가장 큰 소임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개별적으로 자연에 올리는 감사제가 많았지요. 경이로운 모습을 보면 누구나 숙연해 지니까요. 지금같이 전국 곳곳에서 시행하는 발원제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발원지마다 모두 지내는 것도 아닙니다. 태백 검룡소에서 치르는 한강발원제는 1997년, 태백 황지에서 거행하는 낙동강발원제는 2003년, 청주 무심천발원제는 200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전천발원제는 2011년에 시작, 올해 8회 차가 되었습니다.

대전천발원제
2016년 열린 제6회 대전천발원제에서 시낭송가 김종진씨가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있다.
그동안 대전천발원제를 죽 지켜보았습니다. 주최 측은 매년 많은 변화를 시도하더군요.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요. 금년에는 길놀이에 이어 축하공연, 제사, 화합의 시간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최시기는 벚꽃 만개에 맞추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사랑 각종 백일장, 다양한 물과 숲 체험활동,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만인산 채취 음식마련, 다도 등 취지와 목적에 맞는 행사를 개발하고 곁들여야 하리라 봅니다.

재원 확보도 문제지요. 대부분 재원을 손수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강발원제는 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관의 보다 큰 관심과 지원,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로 만인산 봉수레미골 골짜기가 꽉 들어차기를 기대해 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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