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잊음 속 잃음의 각성

  • 문화
  • 문화 일반

[김선생의 시네레터] 잊음 속 잃음의 각성

- 영화 <그날, 바다>

  • 승인 2018-04-26 09:18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2
세월호 참사 4주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잊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옛날에 임금도, 부모도 돌아가신 뒤 3년이면 탈상을 했습니다. 더러 외치는 목소리들이 진짜일까, 진실로 떠난 이들을 향한 애도일까 의심도 들었습니다. 혹 또 다른 목적을 위한 끈질긴 구실은 아닐까.

늦은 밤 영화 <그날, 바다>를 보며 다시 생각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4년이 지나도록 시간과 더불어 잊히기를 바라는 흐름을 거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그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물론 영화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의 전말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망각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저항한 이들의 모습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잊음 속에 놓인 잃음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세상사 모든 일처럼 그날 그 일도 잊힐 것입니다. 아니 벌써 많이 잊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의 망각이 아니라 진실의 상실입니다. 망각이 과거로의 필연적인 귀착인데 비해 상실은 미래의 반복된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규명되지 않은 채 허위로 봉합된 진실이 영화 속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집념과 한이 되었습니다.

그들인들 어서 바삐 잊어야 할 일이 아닐지요. 이른바 겪지 않은 사람은 알 길 없는 정황 속에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 잘못됐고, 누구의 잘못인가를 밝히는 것을 놓지 못합니다. 만일 영화가 내린 추정이 사실이라면, 왜 세월호는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서도 출항했을까요? 혹은 확인된 위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출항이 가능했을까요? 영화는 또 묻습니다. 누가 그렇게 용인했고, 또 누가 그것을 가리고 막아주었는가. 그들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가. 이런 물음이 바로 미래를 위한 진실에 관한 것 아닐까요. 더욱이 그것이 국가가 국민을 저버린 것이었다면, 그 같은 일은 결코 재발되지 말아야 할 불행이니 말입니다.



일상은 반복되고, 세월은 흐릅니다. 그 사소함이 사람을 무디게 만듭니다. 스스로도 무거운데 번다한 세상사를 어찌할까 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의롭고 외로운 길을 가는 이들을 만나면 소스라쳐 놀랍니다. 다시 빚진 자의 가슴이 됩니다. 그리고 돌아봅니다. 나는 누군가의 진실을 덮고 있지 않은가. 그저 쉽사리 잊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가. 세상은 그래서 더 어둡지 않은가. 늦은 밤 이래저래 잠이 쉬 오지 않았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김대중 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천안시 쌍용3동 주민자치회, '용암지하도 재즈에 물들다'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