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영화 <그날, 바다>를 보며 다시 생각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4년이 지나도록 시간과 더불어 잊히기를 바라는 흐름을 거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그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물론 영화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의 전말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망각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저항한 이들의 모습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잊음 속에 놓인 잃음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세상사 모든 일처럼 그날 그 일도 잊힐 것입니다. 아니 벌써 많이 잊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의 망각이 아니라 진실의 상실입니다. 망각이 과거로의 필연적인 귀착인데 비해 상실은 미래의 반복된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규명되지 않은 채 허위로 봉합된 진실이 영화 속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집념과 한이 되었습니다.
그들인들 어서 바삐 잊어야 할 일이 아닐지요. 이른바 겪지 않은 사람은 알 길 없는 정황 속에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 잘못됐고, 누구의 잘못인가를 밝히는 것을 놓지 못합니다. 만일 영화가 내린 추정이 사실이라면, 왜 세월호는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서도 출항했을까요? 혹은 확인된 위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출항이 가능했을까요? 영화는 또 묻습니다. 누가 그렇게 용인했고, 또 누가 그것을 가리고 막아주었는가. 그들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가. 이런 물음이 바로 미래를 위한 진실에 관한 것 아닐까요. 더욱이 그것이 국가가 국민을 저버린 것이었다면, 그 같은 일은 결코 재발되지 말아야 할 불행이니 말입니다.
일상은 반복되고, 세월은 흐릅니다. 그 사소함이 사람을 무디게 만듭니다. 스스로도 무거운데 번다한 세상사를 어찌할까 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의롭고 외로운 길을 가는 이들을 만나면 소스라쳐 놀랍니다. 다시 빚진 자의 가슴이 됩니다. 그리고 돌아봅니다. 나는 누군가의 진실을 덮고 있지 않은가. 그저 쉽사리 잊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가. 세상은 그래서 더 어둡지 않은가. 늦은 밤 이래저래 잠이 쉬 오지 않았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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