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택배회사를 운영하는 '시민 영웅' 최대성씨가 경찰서장 감사장과 시민경찰 위촉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은환 기자 |
의심되는 상자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용의자가 올 때 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며칠이 지났을까. 경찰이 말한 대포통장과 관련한 박스를 찾으러 온 사람이 그의 사무실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최 씨는 물건을 주는 척하면서 잠복해 있던 경찰과 함께 용의자를 제압했다. 잠시라도 틈을 보였다면 그대로 용의자가 도주할 뻔한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가 몸을 던져가며 한 선행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주차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낯선 사람이 차량 앞을 서성이는 모습이 그의 눈에 포착됐다. 낯선이의 행동은 차 주인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량절도범임을 직감한 그는 조심스레 접근했다. 그러나 수상한 사람은 눈치 빠르게 도망갔고, 최 씨는 끝까지 쫓아가 그 남성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절도 수배자를 경찰에 인계할 수 있었다.
그가 범인을 제압할 수 있었던 데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즐겨 한 덕분이다. 태권도 3단 유단자인 최 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대학생 때까지 레슬링 선수를 할 만큼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은퇴 후에도 꾸준한 운동으로 다부진 몸을 갖고 있다. 또 일반 시민이라면 베풀기 어려운 선행에 직접 동참하는 데는 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도 한 몫 한다.
최 씨는 "사람이 살다 보면 손해 보며 살아갈 수 있는데,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약자를 괴롭히는 걸 참지 못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정의감에 불타는 그를 가족들은 걱정스러워 한다. 혹여라도 위험한 일에 처하진 않을까 아내와 부모님의 걱정이 크다. 그러나 그는 "무언가를 내세워서 자랑하려고 한 일들은 아니고,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미소를 띠었다.
차량절도범 검거에 이어 최근 보이스피싱범 검거 협조에 일조한 최 씨는 다음 달 1일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는다. 그는 이 상을 지난 2014년 이후 두 번째 수상이라고 했다.
최 씨는 앞으로도 가슴안에 꿈틀거리는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 씨는 "앞으로도 내 앞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범행이 목격되면 반드시 움직일 것"이라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고, 당연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방원기·박은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