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수 |
근대적 의미의 최초 대학은 중세 1088년 이탈리아에 세워진 볼로냐(Bologna) 대학으로, 설립 당시에는 법률가나 성직자를 양성하기 위해 교회법과 민법을 강의했다고 한다. 1150년에는 파리대학이, 1167년에는 옥스퍼드 대학이 설립됐으며 대학에 자치권을 부여해 교수와 학생들의 발언권이 점차 강해졌으며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한 독일은 대학들에 자유로운 연구의 개념을 확립시켰다.
이러한 의식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1636년 하버드 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인 존스홉킨스대학이 설립되면서 교수의 신분보장과 학문의 자유, 사회적 책무에 대한 많은 개념이 발표됐다.
아시아에는 이미 6~7세기에 대학의 개념을 가진 학교들이 존재했었다고 한다. 고려 때부터 시작된 서당은 훈장이 가르치는 사설교육기관으로 '천자문', '동몽선습' 등을 교재로 한자를 가르치고 강독을 시켜 외우게 했고 놀이기구를 응용해 교육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서당에서 배운 아이들은 상급기관인 학당이나 지방의 향교에 입학해 공부했으며 과거에 합격하면 성균관에 입학하는 자격을 줬다. 문과를 숭상하고 무과를 경멸했던 시대적 의식에도, 태종 때에는 역학과 음양풍수학. 과학, 의학 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들어온 서구적 교육 시스템은 유교식 교육 시스템과 섞여 학자의 유교적 권위가 반영됐으며 현재까지도 대학교육에 남아 있게 된다.
1885년 선교사인 아펜젤러가 두 칸짜리 방을 헐어 서울에 세운 배재학당으로부터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의 역사가 시작됐다. 여러 교과목 외에 연설회·토론회와 같은 발표와 야구·축구 등의 운동도 훈련했다. '크고자 하면 남을 섬기라'는 교훈을 가지고 있고 자유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려고 했다.
대학의 교육은 학문과 시대정신을 선도하도록 설립됐고 봉사정신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도록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공공성을 우선시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사회적 공생을 유지하기 위해 세워진 기업 형태를 말한다. 유럽 각 지역의 정부는 사회적 필요를 충족해주고 지역사회와 소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정한 사회정의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을 양성화하고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학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산들을 이용해 사회적 기업들이 하는 공익활동과 같은 사회적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기간 지방의 대학들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도록 정부와 사회로부터 요구받았다. 재정지원과 사업지원을 받아 취업과 특성화에 집약하도록 요구받았고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했다.
근대적인 교육기관이 생긴 지 133년이 지났다.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이며 지나온 시간에 비하면 변화하는 속도는 더 빨리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문화와 가치관들과 같은 모든 사회적인 변화들을 대학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뒤돌아봐야 할 시점이며 뒤돌아본 시간보다 더 빨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의 하나로서 대학은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진 교육의 주체로 시설과 인력을 제공해 사회적 기업의 창업과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대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의 사회적 기업의 창업과 경영을 지원해야 한다.
대학은 경제적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재,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윤리적인 인재들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며 스스로 모든 구성원이 사회적 기업의 주주가 되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물리적 협동조합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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